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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경

전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말 조심해야 해야 돼', '여자직원들과는 이제 회식 안 해', '여자 근처에도 가지 마' 등.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문제를 폭로로 시작한 미투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문화계, 학계, 정치계 등의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가끔 남자들과 같이하는 자리에서 듣게 되는 말이다. 미투가 무엇인지, 미투를 왜 하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을 텐데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본질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고, 남성 가해자를 오히려 피해자로 여기면서 동질감으로 생겨나는 말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폭로된 사건들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서 조직의 구성원으로 소속되기 위해 그 어떤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성폭력 사건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위계에 의한 위력'이라는 점이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피해자가 여성인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청주대학교 고 조민기 교수에 대한 미투에서 청주시장과 충주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미투로 한동안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청주대학교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고 조민기 교수의 자살 이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피해자의 고통과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이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사람의 목숨마저 잃게 했다는 또 다른 화살은 피해자들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기에 청주대학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해 줄 무엇인가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게 학교가 해야 할 의무이다.

또한 선거출마 예비후보자들도 후보를 사퇴하거나 고소를 취하했을 뿐,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미투에 대한 반박에서 주로 나오는 말은 '몇 십년 된 일을 왜 이제서 폭로하느냐·', 또는 '무슨 음모가 있거나 어떤 개인 불이익에 대한 불만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을 폭로한다는 게 어렵고 힘든 일인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서 하는 말이다. 성폭력은 그동안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었고, 피해자가 수치심으로 죽을 때까지 숨기고 살아야했던 사회문화였고 사회인식이었다. 그래서 성폭력 예방을 위한 첫 번째 수칙은 밤늦게 여자가 혼자 길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짧은 치마를 입은 게 죄로 여기던 문화였다.

게다가 우리 문화가 장유유서의 문화에, 위계질서가 굳건한 조직문화에서, 상사가 직원에게, 교수가 학생에게 행하는 성폭력을 피해자가 어떻게 단칼에 거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사람을 누군가가 까닭 없이 때렸는데, 때린 사람에게 책임과 죄를 묻는 게 아니라, 맞은 사람에게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 왜 거기 있었느냐고 책임과 죄를 묻는 거와 같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향해 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 지난 날을 해결하고 가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피해자에게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말하는 것이다. 가슴 속에 숨기고 살았던 그 사건들을, 그 폭력들을 말하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났다고 아픈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픈 몸이 잊어지지 않는다. 드러난 일들은 사과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 사람 사는 건강한 세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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