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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담그기 체험 행사로 10년 째 '원 코리아'

북한이탈주민·결혼이주여성 20명 참여
행사 후 마을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도
박해순 대표 "지역민 화합·상생의 시간"

  • 웹출고시간2018.05.02 18:00:22
  • 최종수정2018.05.02 18:00:22

두리두리영농조합법인 박해순(가운데) 대표가 2일 장담그기·경로잔치 행사에 참가한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된장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성홍규기자
[충북일보] 장(醬)은 인심(人心)이다.

고약한 사람이 담근 장은 맛도 쓰다고 했다. 선한 사람이 담근 장은 단 맛이 난다고도 했다. 사람의 마음이 장에 깃든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식당엘 가건 장은 후하다. 오이 고추 찍어 먹을 고추장 된장도 그렇거니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도 부족함이 없다. 구수한 인심이 장 그릇에 차고 넘친다.

장 담그는 날은 예로부터 큰 달에는 1, 7, 11, 17, 23일이 좋다 했고, 작은 달에는 3, 12, 16일이 좋다고 했다.

오늘 2일은 음력 3월 17일, 장 담그기 좋은 날이다.

청주 미원면 인경산 아랫자락까지 달달하고 구수한 장 냄새가 흘러나온다. 장 담그는 날이다.

깊숙한 시골마을의 자갈마당에는 수십 개의 장독이 놓였다. 촉촉한 봄비가 말갛게 씻긴 장독을 반짝이며 흘러내린다.

언덕배기 잔디밭에는 20여개의 테이블이 깔끔하게 마련됐다. 마을 노인들을 위해 경로잔치가 열릴 자리다.

이날 행사는 두리두리 영농조합법인 박해순 대표가 10년째 이어온 일이다.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이 한 데 모여 화합을 다지고, 노인들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 세계가 주목했던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분단 65년 간 삶의 모습이 달랐던 민족끼리, 그리고 '글로벌 한국인'까지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마음도 모르고 새벽부터 추적이며 내린 봄비가 야속하기만 했다. 박 대표는 "결혼 날짜 잡아 놓고 비 온다고 안 보낼 수 있어요? 기분 좋게 시집장가 보내듯 행사도 재밌게 해야지"라며 환하게 웃는다.

두리두리영농조합법인 박해순 대표가 2일 청주 미원면 법인 앞마당에서 장담그기·경로잔치 행사를 연 가운데 마을 노인들이 다과를 즐기고 있다.

ⓒ 성홍규기자
테이블에 모여 앉은 수십여 명의 노인들은 다과와 함께 박 대표의 장으로 맛있게 버무린 나물과, 된장 고추장을 넣은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영락없는 마을잔치 모습이다.

박 대표는 북한이탈주민과 이주여성 20여명과 함께 장독대로 향한다.

장독에는 박 대표가 5년 전 지역 농민들이 농사를 지은 콩으로 만든 메주를 품은 간장이 가득 담겨있다.

박 대표는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하지 않는다. 꼭 지역에서 생산된 우리 콩을 사용한다.

소금은 수년에 걸쳐 간수를 충분히 뺀 천일염을 사용하고, 물은 상황버섯 달인 물을 쓴다. 아들 딸과 가족에게 먹일 장을 만드는 마음이 담겼다.

북한이탈주민과 이주여성들이 정성스레 메주를 꺼내 큰 광주리에 넣고 맨손으로 정성껏 주무른다.

박 대표는 메주가루와 소금을 적당히 넣어가며 간을 맞춘다. 이번에도 상황버섯 달인 물이 들어간다. 된장의 탄생이다.

사람들은 박 대표의 된장을 '약 된장'이라 부른다. 암에 걸린 환자들도 '다른 건 못 먹어도 이 된장은 먹겠다'고 했다 한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태릉선수촌에 공급됐고, 2015년에는 현대백화점 명인명촌관에 입점할 정도로 '명품된장' 반열에 올랐다.

박 대표는 "약효나 효과는 잘 모른다. 그저 맛있게 먹을 사람들을 생각해 좋은 재료에 정성을 담아 담글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과 이주여성들은 '손맛'이 듬뿍 담긴 된장을 깨끗이 씻어둔 새 장독에 꾹꾹 눌러 넣는다.

손맛을 만난 5년 숙성 메주가 올 봄과 여름을 거쳐 가을이면 맛있게 익은 된장이 된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돤티옥르엉(27)씨는 "결혼해서 한국으로 온 지 6년 됐는데 장 담그기 행사에는 처음 참여한다"며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들과 웃고 이야기하며 장을 담그다 보니 사는 재미가 느껴진다. 매년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우리 지역에 사는 노인과 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이 모두 모여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이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 강태억 본보 대표이사, 충북 리더스클럽 회원들도 참석해 축하의 의미를 더했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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