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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구연동화 강사

"동화 선생님. 이야기 들려주세요."

목청껏 동화를 불러내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이야기에 취하여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까르르 즐거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기저귀를 두른 아가들까지도 분위기에 녹아 방글거리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은 어느새 색동옷을 입는다.

동화를 시작한 지 십 수 년인데 아직도 아이들 앞에만 서면 설렌다. 저절로 흥이 난다. 귀여운 토끼가 되어 깡충깡충 뛰고 예쁜 나비가 되어 나풀나풀 날기도 한다. 무서운 이빨을 드러낸 늑대나 공룡이 되어 다가가기도 하면서 이야기 속에 담긴 지혜를 나누고 꿈과 사랑의 씨앗을 뿌린다.

어느 날 학부모 참관수업을 마치고 나왔는데 "선생님 멋져요. 매력 만점이에요."라고 하며 호감을 보이는 부모들이 있었다. 나는 손사래를 쳤지만, 기분은 썩 괜찮았다.

처음 동화수업을 하던 날이 떠오른다. 7살 반에서 자기소개를 막 마쳤는데

"뭐야! 머리는 곱슬곱슬하고"라는 소리가 귓전을 친다.

동화 선생님이 영 맘에 안 든다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긴 생머리의 젊은 선생님들만 보아오다가 파마머리가 영 거슬린다는 눈치다. 그날 아침에는 다른 날보다 신경 써서 화장하고 머리 손질도 했는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어린 녀석의 조숙함에 특히 미(美)의 민감한 감수성에 기가 죽는 느낌이다.

'그래, 뭔가 있어야 해. 외모를 뛰어넘을 매력, 젊음을 뛰어넘을 매력을 찾아내야 해.'

먼저 동화 강좌에 등록했다. 소재를 찾아 도서관을 전전했고 풀숲을 헤매기도 했다. 교안을 만드노라면 입속에서 동요가 뛰어다녔다. 동화에서만큼은 기죽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를 넘겼다. 졸업식을 며칠 남겨놓은 어느 날, 동화를 들려주고 후속프로그램으로 서로 칭찬하는 시간을 가졌다.

"슬기는 그림을 잘 그려요."

"승환이는 친구들에게 친절해요." 차례로 한 가지씩 칭찬하는데 선생님을 칭찬하겠다고 나서는 녀석이 있었다. 나를 기죽게 하던 그 녀석이다.

"선생님은 우리를 진짜로 사랑해 주시고 동화도 재미있게 잘 들려주셔요. 선생님은 이빨만 빼면 다 예뻐요."라고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선생님이 좋아서 예쁘다고 칭찬해주고는 싶은데, 살짝 뻗은 앞니까지 포함해서 예쁘다고 하기엔 미(美)적 양심이 허락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녀석을 향하여 문제의 앞니가 드러나는 것도 개의치 않고 활짝 웃어주었다. 아침 햇살같이 환한 웃음으로 녀석의 칭찬에 화답할 수 있는 두둑한 자신감이 매력이라면 매력일 수 있겠다.

매력이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끌어들이는 힘을 말한다. 매력도 가지가지이지만, 일반적으로 외모, 화법, 마음가짐을 매력의 3대 요소로 꼽는다. 예쁜 꽃을 보면 감동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외모가 뛰어나고 화술이 좋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은 매력은 금세 빛을 잃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예쁘지만 예쁘지 않은 사람도 꽤 많으니까. 살아오면서, '아 저 사람 참 매력 있다.'라고 느꼈던 적이 많다. 대부분 그들이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집중하고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동화가 끝나면 양팔을 크게 벌리고 사랑 노래를 부른다.

"친구야 나는 너를 사랑해."

다투어 내 품속으로 파고드는 녀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을 보고 있자면 꽃밭에 들어온 느낌이다. 잘 웃는 꽃, 잘 우는 꽃, 소담한 꽃 가냘픈 꽃 모양도 하는 짓도 다르지만, 꾸밈없는 매력을 유감없이 내뿜는 사랑스러운 꽃들이다.

요즈음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함께 있으면 절로 기운이 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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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