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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현

충주시 엄정면사무소 주무관

강(江)하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그냥 '흐르는 물' 아니면 '개울보다 크고 바다보다 작은 것'? 강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감흥을 불러일으켜왔다.

고려 시인 정지상은 '송인(送人)'에서 대동강 물에 해마다 눈물이 더해지는 상상을 했고, 정희성 시인은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서 해 질 무렵 강물에 삽을 씻으며 슬픔도 함께 강물에 버렸으며,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1'에서 섬진강 물줄기를 그 지역의 생명을 유지하는 실핏줄에 비유했다. 이렇듯 강은 비록 한 글자지만, 그것을 발음할 때 생기는 긴 여운에는 세기를 뛰어넘는 역사와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충주도 강과의 깊은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중심 고을로 불리는 충주. 그 중심에는 한반도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한강이 수천 년을 묵묵히 흐르고 있다.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해 경기도와 서울로 이어지는 물줄기의 굽이굽이에는 옛 선조들의 자취를 아련하게나마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의 목계나루다. 목계나루는 조선시대 5대 나루터 중 하나라 불릴 정도로 한강 수운(水運)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중환의 택리지 등 다수의 문헌에 따르면 겨울에 강물이 얼었을 때를 빼고는 늘 수십 척의 배가 목계나루터에 왕래하며 쌀, 고추 등 내륙지방의 산물을 서울로 실어 보내고, 서해의 소금과 건어물을 내륙으로 실어 왔다고 한다. 마치 황포돛배가 강물을 뒤덮을 정도로 번성했다고 하니 그 크기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 당시 목계나루의 번영과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자리가 올해도 엄정면 주민들에 의해 살뜰히 마련됐다.

지난 28~29일 옛 목계나루터에서 '목계별신제'가 개최됐다. 마을 수호신을 맞이하는 '영신굿'에서부터 '오신굿'과 '송신굿' 등 뱃길의 무사안녕과 마을의 번영을 기원했던 그 당시의 의식을 재연했을 뿐만 아니라, 강변에서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들이 차곡차곡 펼쳐지면서 강변의 어깨가 들썩였다.

또한 옛 상인들이 쉬고 갔다는 목계솔밭에는 남한강과 목계나루의 절경을 즐기러 오는 카라반 캠핑족들이 몰려들었고, 아울러 '리버마켓' 또한 열려 이번 주말 현대판 목계나루터가 부활했다.

목계나루에 들어서면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로 수령은 320년이 넘었다.

3세기가 넘는 긴 세월 동안 남한강의 사계절은 물론 나루터의 성쇠(盛衰)까지 묵묵히 굽어보아왔을 터다. 그 나무의 자태는 마치 남한강물의 묵직한 소리를 닮았다. 그것은 바다의 파도처럼 세차고 거친 소리도 아니요, 개울처럼 애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도 아니다. 철없던 아이가 이젠 목소리 굵은 어른이 되어 다시 고향의 문턱에 섰을 때 마음에 이는 물결의 소리와도 같다.

따뜻한 봄날, 모래벌판에 파랗게 튀어나온 잡초마저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갖게 하는 요즘, 목계나루에서 그 뭉클한 강물소리를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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