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2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규섭

청주시 공보관실 팀장

책 향내 물씬 나던 동네서점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한국서점조합 통계에 따르면 2천년대 초반에는 전국에 2,500여 곳의 동네서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1,500여 곳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10여년 사이에 1,000여 곳이 사라졌다. 이러한 현상은 청주도 예외는 아니다. 2천 년대 초 50여 곳 되던 것이 이제는 17곳 밖에 남아있지 않다니 몰락의 길을 넘어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동네서점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오늘날 문명의 발달도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즐길 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우리사회에 책 읽는 문화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우리는 지식과 정보를 동네서점에서 얻었다. 한적한 동네어귀 눈에 잘 띄는 곳에는 어김없이 동네서점이 있었다. 이때만 해도 그곳은 삶의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그곳에는 언제나 책 냄새가 있고 사람냄새가 있었다.

학창시절 나는 친구들과 학교 앞 서점을 자주 찾았다. 그때는 매월 말 시험을 보는 월말고사와 전국의 학생들이 동시에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가 있었다. 시험이 많다보니 학교 앞 서점은 참고서를 구입하려는 학생들로 늘 북새통을 이루었다.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참고서를 고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부 잘하는 친구가 고르는 참고서를 따라 고르는 거였다. 이번 시험문제는 내가 고른 참고서에서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때는 참고서를 팔기 위한 주인아저씨의 투박한 말솜씨도 정겨웠었다.

우리 아이들이 한참 커갈 무렵에도 나는 동네서점을 자주 갔었다. 휴일이면 동네서점에 들러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 이었다. 진열대 위에 누워있는 책들은 선택이라도 받으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도 분주하게 책을 골라 내 옆에 앉았다. 책을 보는 표정들도 제법 진지해 보였다. 그때 아이들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그저 인터넷보다는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랬고 책과 관련된 좋은 추억 하나 정도는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를 원했다.

며칠 전 친구가 사무실로 찾아와 엽서 한 장을 건넸다. 자세히 읽어보니 인문학 콘서트에 나를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친구는 지역에서 조그마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객들을 위해,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위해 해마다 콘서트를 연다고 했다. 콘서트가 열리는 날,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아메리카노 커피향이 은은하게 흐르는 5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져 있었고 진열대 사이로 커피를 든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정담을 나눴다. 초대된 작가도 그 속에 있었다. 콘서트는 작가의 깊이 있는 책 낭독을 시작으로 음악과 영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진행되었다. 격식과 형식은 없었지만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그날 내가 보았던 동네서점은 더 이상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 지역의 문화수준을 대변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꿈을 주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주부들은 아이를 맡기고 장을 보러가고 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드나드는 만남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알아야 할 도덕적 품성과 예술적 감성, 비판적 지성을 이곳에서 배우고 있었다.

그 동안 동네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은 생활에 지쳐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 힘인 세상이 되었다. 가끔씩은 번뇌에서 벗어나 커피향이 있고 책이 있는 동네서점을 찾아보자. 그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옛 추억이 숨어있는 동네서점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