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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움직임 속의 고요함, 고요함 속의 움직임을 느껴보시라. 세상은 온통 동(動)과 정(停)이다. 참새가 시끄럽게 재잘거리면 제비는 조용히 날아오르고, 배가 통통거리며 지나가면 물살은 가만히 번진다. 천둥번개가 요란하면 머잖아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격정의 시간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온다. 벌판을 뛰는 노루가 있는가하면 그 아래로 소리 없이 피어나는 들꽃이 있고, 열정을 다하여 노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경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동(動)과 정(停)은 함께 있다.

우리 부부가 사는 방법도 이 둘의 화음이다. 어쩌다 함께 외출이라도 하려면, 설거지하고 화장하고 옷을 다림질하고 넥타이 골라놓고 남편 구두를 현관에 돌려놓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눌러놓는다. 그는 몸에 옷만 걸치고 나오는데도 번번이 기다리는 건 나다. 운전만 해도 그렇다. 한없이 양보만 하는 그가 답답해서 운전대를 거의 내가 잡고 다녔더니, 자기 남편은 운전을 못하느냐고 누군가 작은 소리로 물은 적도 있다. 좋아하는 음식도 반대이고, 연속극 취향은 물론 취미도 다르다.

둘이 어떻게 끌렸을까. 젊은 날에나 지금이나 동동거리는 처녀와 슬로우 맨 총각이 만나 스파크가 튀었다. 세상을 몰라 실수가 많고 엉성한 내가 험한 세상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건, 주도면밀(周到綿密)한 남편 덕분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우리 부부는 취미생활은 성격과 상반적인 걸 택했다는 거다. 느린 그는 빨리 움직여야만 하는 테니스를 즐기고, 급한 나는 천천히 생각해야하는 글 쓰는 일에 빠져서 산다. 그렇게 아주 다른 두 우주가 만나, 움직임 속에서 취미는 고요하게, 고요 속에서 많이 움직이는 취미를 택해 균형을 이루면서 35년째 무탈하게 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상은 공평으로 가득하다. 학식이 많으나 근심하기도 하고, 지식이 없으나 평안히 살기도 한다. 가난하나 존경받는 이가 있고, 부자임에도 인정받지 못하여 불행한 이가 있다. 잘나고도 친구가 없어 외로운 이가 있고 내세울 건 없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아 늘 행복한 이가 있다. 또한 환희의 축배를 드는 날이 있는 가하면, 감당 할 수 없는 슬픔으로 남모르게 속울음하며 아파하는 날도 있다.

세상이 살아볼만 한 건,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한곳으로만 치우친 대로 영원한 건 없더라는 것이다. 이도저도 영원히 다 가진 이를 본적이 없다.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는 공평함이 있다. 이것이 가면 저것으로 채워진다. 목련이 떨어지면 꽃 대신 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가슴이 허전할 때 하늘을 보면 그리운 얼굴을 닮은 달이 있다. 신록이 가면 단풍이 시나브로 물들고, 그 단풍이 너무 짧아 아쉽다하면 낙엽이 땅에 깔린다.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나면 소복이 눈이 쌓인다.

미국 서부 인디언성지 '모뉴먼트밸리'에 갔을 때였다. 사람들은 사막이 버려진 땅이라고 했으나, 비가 극도로 적어 건조하므로 사막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신묘막측(神妙莫測)한 풍경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화성처럼 아름다운 별천지에 말을 잊고 말았었다. 슬픈 인디언들의 역사처럼 저주의 슬픔만이 흐르던 대지가 지금은 세계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땅으로 바뀌었다. 때가 되면 고난이 축복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변한다는 걸 그곳에서 깨닫고 숙연해졌었다.

바람은 지나간다.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지나려니 하고 견디다 보면, 태풍이 바다를 뒤집듯 내안의 썩은 찌꺼기들을 뒤집어 결국 앞으로 나가게 한다. 이별의 고통을 경험한 이에겐 다시 찾아온 사랑은 바라만 봐도 행복하듯, 어둠이 있기에 빛이 소중하고, 아픔이 있기에 치유를 은혜로 여긴다.

공평이라는 진리는 우리로 하여금 삶이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살아볼 용기를 준다. 지금 잘 나가도 자고(自高)하지 말고, 지금 힘들어도 너무 낙심하지도 말자. 대신 채우는 세상, 동(動)과 정(停)세상, 다시 말해 세상은 동(動)과 정(停)균형이고, 균형은 곧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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