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평영

수필가

북 콘서트를 다녀오다가 다섯 정류장을 남겨놓고 버스에서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에 들어서니 양쪽 길의 가로수가 다정하게 손잡고 있다. 연녹색의 단풍잎은 이제 갓 돌을 지낸 아가의 손처럼 작고 귀엽다. 봄비를 먹고 있는 초목은 밖에서 실컷 놀다 들어와 깨끗이 세수한 일곱 살 적의 아들 얼굴 같다. 4월의 중간쯤을 달리고 있는 요즈음에만 볼 수 있는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같은 노래를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아무래도 한 시간 전에 다녀온 북 콘서트 행사에서 최시선 작가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춰 불렀던 노래 때문인가 보다.

지난 3월, 청주시 성안길 한 서점에 인문학 소통 공간인 '문화공간 우리'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겼다. 인문학 강좌 '공감' 인문학 프로그램 '동행' 예술체험 프로그램 '끌림' 청소년 동아리 지원 '키움' 열린 마당 '소풍' 등 아홉 가지가 테마별로 운영된다. 각 월별로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북 콘서트는 지난 3월에 있었던 권시우 작가의 '사람을 배우다'에 이어 오늘이 두 번째 행사다.

모든 일을 미루고 서점으로 향한다. 비가 오는 토요일에 열리는 북 콘서트는 무엇인가 낭만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재촉한다. 많은 사람과 함께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만 하여도 신나는 일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행사장에는 대금연주가 울려 퍼지고 있다. 나는 얼른 책을 사서 작가에게 사인을 받으러 갔다. 작가는 열다섯 가지 좋은 말을 정해놓고 고르라 하였다. 나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라는 말을 골라 사인을 받고 맨 끝자리에 앉았다.

연주가 끝나고 '내가 묻고, 붓다가 답하다'의 저자 최시선 작가와의 만남이 김은숙 시인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저자의 약력을 소개하고 책을 내게 된 동기를 질문하였다. 현재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선생님, 부모님, 일반인이 읽어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북 콘서트의 장점은 저자와 독자와 만남이다. 사회자의 질문을 통해서 그 만의 사상과 감정을 알게 되고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 좋다. 또한, 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나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까지도 친절하게 일러준다. 독자와 저자가 한층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행사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선구자', '섬마을 선생님' 노래를 하모니카로 연주하였다.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볼이 붉게 물들고 열기가 느껴졌다.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행사장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북 콘서트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바람이 지나간다.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무작정 도시의 길을 걷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의 포만감처럼 무엇인가 충만함에 가슴이 뿌듯하다. 북 콘서트를 통해 문화를 맛보고 즐기고 누렸다는 마음 때문이리라. 내가 어떤 핑계를 대고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시간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는 순간이다.

산책길을 걸으며 키 큰 나무가 손잡고 있는 가로수를 다시 한번 올려다본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 작품과 어느 예술가의 생각을 담았을 구불구불한 길의 곡선이 오늘따라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