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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환절기라 그런지 노인들이 며칠 사이에 여러 명이 죽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사망시간에 맞춰 찾아가서 저승으로 안내하는 것이 통례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여러 명이 사망할 경우는 매우 난감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도 사망자를 안내하는 중에 아직 사망할 때가 아닌 자가 죽었다. 이럴 경우 내가 도착하기 전에 망자가 사망 장소에서 벗어나 배회하다가 길을 잃을 우려가 있다. 이런 망자의 혼은 잘못하다가는 떠돌이 혼령이 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생겨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서 텔레파시로 동방에게 부탁을 했다.

"동방. 날세."

"아, 네. 사자님."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나?"

"당연하죠. 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는 거죠?"

"로은리 756번지에 사는 89세 장두세 노인이 조금 전에 죽었는데 내가 지금 다른 자를 안내하는 중이라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자네가 먼저 가서 망자가 사망 장소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해주게."

"좋아요! 그동안 심심해서 죽을 뻔 했거든요. 헤헤."

동방에게 부탁을 해 놓았으니 안심하고 먼저 사망한 자를 저승세계에 안내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데 동방이 급하게 나를 찾았다.

"사자님! 어디 계세요?"

"응. 지금 막 돌아가는 길이네만. 왜 그러나?"

"이 자가 아무래도 이상해요. 금방 오실 수 있는 거죠?"

"어, 그래. 빨리 갈 테니 그때까지 지키고 있게나."

동방의 콜을 받고 정신없이 그 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동방은 그 자의 쭈글쭈글하게 늘어진 혼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대문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방! 무슨 일인가?"

동방은 금방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반겼다.

"사자님을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왜 이리 늦으셨어요?"

"미안하이. 빨리 오려고 서두른 건데……."

나는 동방의 손바닥에 올려 진 노인의 혼을 내려다보았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혼을 대면해봤지만 이 자의 혼 모습은 어딘가 달라보였다. 동방이 내 얼굴을 보고 동조를 해달라는 듯이 물었다.

"그렇죠? 사자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시는 거죠?"

"그러게.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는 내게 동방이 들고 있던 혼을 나에게 건네려고 손을 내밀었다.

"사자님. 이 혼 좀 들어보세요. 아무래도 이상해요."

동방이 내 손바닥 위에 그 자의 혼을 얹어놓았다. 그런데 혼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자들의 혼은 평균 21그램 정도는 나가야 정상인 것이다.

나는 동방을 보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고 고개를 끄떡였다.

"정말 그런 건가요? 제 추측이 맞는 거예요?"

"그래. 그런 것 같구먼.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이거야, 원."

나는 동방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동방에게 죽을죄를 진 것 같은 자책감에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사자님 잘못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나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내저었다.

"내 잘못이네. 내 구역에 속한 인간들을 지켜주지 못한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사자님. 그러지 마세요. 우리는 죽음을 맞이한 인간들을 저승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거지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내 구역에 속한 인간들의 혼을 도둑맞아서 이 자가 제명대로 살지 못하게 된 것은 내 책임도 크지."

나는 빈 껍데기만 남은 그 자의 혼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해 내팽개치려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아, 안돼요!"

동방이 내 팔을 붙잡고 천천히 내리더니 내 손에 있던 그 자의 혼 껍데기를 도로 가져가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훼손하면 안 됩니다. 증거물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야죠."

내가 동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눈을 껌뻑이고 있는 사이에 동방은 그 자의 혼 껍데기를 조심스럽게 안주머니에 넣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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