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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의 미국 여행기 - 아름다운 그곳! 미국 서부·동부 투어기

끝없는 세상의 끝, 그랜드캐니언

  • 웹출고시간2018.04.09 18:12:58
  • 최종수정2018.04.16 15:13:09

편집자주

임미옥 작가의 여행기는 "설렘 한 자락 캐리어에 집어넣고 미지의 세상을 향하여 지구 반대편으로 11시간 날아갔다"로 시작한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리스에 내리면서부터다. 라스베어가스 -그랜드캐니언-모하비사막-모뉴먼트밸리-브라이언스캐니언-안델로프캐니언 등 6대 캐니언을 거쳐 동부로 건너간다. 맨하튼 911테러 건물-필라델피아-나이아가라 폭포도 거스른다. 본보는 임 작가가 미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생생한 현장의 풍경과 원주민들의 삶을 담은 여행기를 8회에 걸쳐 싣는다.
라스베가스에서 맛본 밤의 열락(悅樂)이 모하비 사막의 모래바람에 씻겨나가고, 애리조나 주 경계선을 넘자마자 숨이 턱 막혀온다. 혀가 굳는 것 같다고나 할까. 세상의 끝에 펼쳐진 거대한 협곡들의 향연! 아, 그랜드캐니언이다. 황갈색, 적갈색, 암갈색, 다양한 빛깔들로 굽이굽이 현란한 춤을 춘다. 거대한 벽을 캔버스 삼아 요란한 정열로 타오르며 꿈틀댄다.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겔까. 지반의 융기나 해수면 하강으로 하안단구들이 만든 계단무늬가 오케스트라 음악처럼 흐른다. 그렇게 아연(啞然)을 자아내며 협곡들 축제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랜드캐니언의 상식을 초월하는 장관을 '시간을 향해 열린 창'이라고 말했다더니, 대평원 아래로 끝 모를 절벽이 쩍 벌린 아가리처럼 생긴 지층 속으로 내리꽂고 있다. 건너편까지 거리가 2·3㎞ 이고, 대척거리가 29㎞나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협곡은 이대로 서쪽으로 수 백 키로 이상 내달리며 이어져 미드 호수까지 이른다고 한다. 캐니언의 엄청난 파노라마를 다 보려면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범접할 수 없는 대자연의 속살을 대하는 그날 느낌은 끝없는 세상의 끝자락에 선 것 같았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와 흑암만이 깊음 위로 운행하던 먼 옛날 이라 이름 하는 그날,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는 겐가. 수십억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지축이 뒤틀리고 물과 모래와 바람의 시너지가 미국 서부에 거대한 예술품을 빚어 놓았다. '그랜드캐니언'은 애리조나 주의 콜로라도 강이,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곳에 형성된 거대한 협곡이다. 길이가 447㎞이니 서울 부산 거리보다 길다. 너비는 6~30㎞되는 곳이 허다하고, 깊이 또한 1500m에 이르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렇게 한없이 길고 넓고 깊은, 장대하고 불가사의한 자연경관이다.

깎아지른 바위절벽, 다채로운 색상의 계단식 석 층들, 높이 솟은 바위산과 형형색색 기암괴석, 그 가운데로 고불고불 지나는 비취색 콜로라도 강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실색(失色)할 풍광을 연출하는 이곳은 1919년 미국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록됐다. 애리조나 주는 뉴멕시코 주, 유타 주, 네바다 주, 캘리포니아 주와 경계를 접하며, 북동쪽 모서리는 콜로라도 주와 연결된다.
광활한 그랜드캐니언을 조망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기 그지없다. 가시거리가 멀고 햇빛이 지나치게 밝아 사진으론 희미하게 찍히는 것이 아쉽지만, 실제로는 어떤 위치에서 조망하든 만족한다. 강에 의해 침식된 계단모양의 협곡과 색색의 단층, 기암괴석들은 일출이나 일몰 때 훨씬 풍부한 색감을 드러낸다는데, 시간상 몇 시간 머물고 돌아서기가 너무 아쉬웠다. 여러 조망 방법 중, 관광객 90%이상이 찾는 매더 포인트, 브라이트 앤젤 랏지, 그리고 데져트 뷰 포인트, 세군데 포인트를 선택하여 경비행기로 조망하기도 하고, 사우스림의 절벽을 따라 걸으며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에 올라 협곡을 내려다보면서 조망했다.

그랜드캐니언은 경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가치도 상당히 높은 곳이다. 1500m에 이르는 협곡 깊이 벽에는 시생대 이후 20억년 동안의 많은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지질학 교과서'라고도 불린다. 콜로라도 소나무를 비롯하여 화석이 된 채 아직도 서있는 석화목(石化木), 각종 조류 포유류 90여 종이 서식한다.

우리는 무얼 볼 수 있을까. 나에게 제대로 된 눈이 있기는 한걸까. 카메라가 있다한들 얼마큼의 그랜드캐니언을 담을 수 있을까. 경비행기를 타고 굽어보고, 몇 군데 포인트에 들러 조망을 했다 해서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왔다고 말할 일이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었지만, 실제로 본 풍광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당시의 느낌을 표현하려니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하나라도 더 담겠다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남은 건 아쉬움뿐이다. 한눈에 이곳을 보는 것은 불가능이라 단언한다. 또한 하루나 일주일, 정한 시간에 이곳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도 어려울 듯싶다. 지구의 역사 그 자체인 그랜드캐니언, 그렇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야했다. 미지의 세계, 신의 영역인 그곳, 대자연의 위대하고 신비한 대협곡,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 임미옥 수필가

임미옥 작가 프로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년 푸른솔문학등단
제20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강사
저서 '음악처럼', '수필과 그림으로 보는 충북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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