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7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지난 주말,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을 뚫고 동해 건너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했어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반갑더군요.

"우리나라는 지금 미세먼지로 괴로운 상황인데 일본은 정말 공기가 맑고 좋다. 이곳이 진짜 봄 같네."

동료의 그 말에 화답하듯 오사카로 가는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연연한 분홍빛에 가슴이 환히 적시어 드는데, 이내 그 동료는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좋아. 여기는 지진이 일상화되었잖아. 커다란 폭탄을 안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지. 좋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것도 있는 것이 삶 아니겠어·"

스스로 묻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아, 이곳에서도 균형이 존재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서둘러 오사카 호텔에 짐을 풀고, 교토로 달려갔죠. 청수사(淸水寺)를 방문하기 위함이었어요. 가는 길에 잠깐 교토 근처에 있는 아리시야마 숲을 관통하는 도로코 열차를 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초록의 신록과 붉은 열차가 상큼한 대조를 이뤄 유달리 열차가 작고 귀여워 보였습니다. 열차의 좌석권은 이미 매진 상태여서 할 수 없이 입석권을 구했습니다. 양쪽 창가 좌석의 사람들과 중간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까지 열차 안은 만원이었습니다. 편히 자리 잡고 앉은 사람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죠. 열차가 출발하고 우리 일행은 문 쪽에 기대어 지나치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재미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열차가 달리면서 좌석 한쪽은 시원한 강물과 벚꽃의 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지만, 반대편 좌석은 검은 절벽만 보이니 답답했겠죠. 그러자 한 관광객이 불평을 합니다.

"이런,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있나. 하필이면 절벽 쪽에 좌석권을 구매할게 뭐람."

서 있는 것이 약간은 불편했지만, 입석의 특권은 이곳저곳 마음대로 좋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럴 때는 입석이 오히려 특석이 된 셈입니다. 차창으로 봄빛이 빚은 풍광이 나타날 때마다 탑승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스마트 폰에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죠. 그럴 때마다 절벽 쪽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불만과 부러움의 시선을 담아 풍경 좋은 창가 쪽을, 서있는 사람들 틈 사이로 멀찍이 살펴보며 위안을 삼아야 했어요.

그러다가 긴 터널을 만났습니다. 캄캄한 터널에 들어가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터널 내를 밝히고 있는 외등뿐이었죠. 이제야 공평해졌구나 하고 생각하는 참에 뜻밖의 반전이 펼쳐진 겁니다. 어둠을 뚫고 환한 세상으로 나오자마자, 바깥 풍경은 한순간 역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절벽 쪽이 마술처럼 순식간에 강물과 푸른 숲, 벚꽃이 어우러진 환상의 정경을 펼쳐보였죠. 그동안 기분 좋게 바깥 풍경을 바라보던 관광객들은 아쉬운 탄성과 함께 이번에는 반대편 창가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때 불평을 늘어놓던 관광객이 흐뭇한 미소로 다시 말합니다.

"역시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야."

그 짧은 순간에도 삶의 희비는 돌고 돌아 균형을 이룹니다. 좋았다가 나빠지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고, 나빴다가 좋아지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인 것입니다. 또한 우리 일행처럼, 비록 편히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풍요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양쪽의 풍광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삶도 존재하는 것이죠. 일행 중 한 사람이 말합니다.

"우리는 불편한 것이 오히려 행운이 되었네. 양쪽 풍광을 모두 잘 감상했으니 말이야."

좌우, 그리고 입석이었던 중앙의 탑승객들 모두 공평한 열차여행이었죠.

어쩌면 삶의 희로애락이란 결국 삶의 리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벚꽃 지면 녹음 우거지고 단풍의 계절이 오듯이 사람의 사람살이 또한 희비곡선이 교차하며 성숙해집니다. 그것을 알기에 이 봄날의 만개한 꽃잎이 더욱 사무치게 아름답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