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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옥

청주시 상당구 건축과 주무관

춥고 동굴과 같은 기나긴 동면이 끝나면서 따듯한 봄의 기운은 남쪽에서부터 시작된다. 봄기운은 미풍에 실려 북쪽으로 서서히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여미어진 옷깃을 파고든다. 뛰는 가슴을 살살 다독거리며 사람들 옷깃을 파고들며 천천히 숨을 고른다.

이렇게 시작된 봄기운이 무심천에 이르면 아름다운 비너스로 변신한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던 하얀 포말 속에서 비너스는 태어났다고 하지만 향기로운 벚꽃 향기를 품은 꽃의 비너스는 춘풍에서 태어난 듯하다.

매년 4월은 남쪽 마을 진해에서부터 올라온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겨우내 살아있었음을 알리는 팡파르 소리와 함께 무심천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무심천변의 큰 아름드리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솜사탕 같은 벚꽃길.

그 뒤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첫 데이트하며 손을 잡을까 말까 하는 수줍은 연인들. 짓궂은 장난치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갑내기 친구들.

무심천 둔치에 심어진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의 향연을 기다리며 벚꽃이 터지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은 설레며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나 또한 4월이 되면 벚꽃에 대한 기다림으로 꽃의 향연 속에 빠져들기를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무심천 벚꽃이 원망스러운데 우리 상당구청 직원들은 벚꽃철만 되면 불법 노점상들과 한판 전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벚꽃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의 편의 제공이라는 명목하에 불법 노점상들과 숨바꼭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법 노점상들은 돈을 벌겠다고 난리고, 시민들은 그들에게서 먹거리를 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무심천 벚꽃 향연은 바라보고 즐기라는 의미지만 불법 노점상이 펼쳐진 곳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도 향연의 일부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몇 해 전 이맘때쯤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개화시기가 앞선 일본도 벚꽃이 만발했었다.

일본인들은 어떻게 벚꽃을 즐기는지 유심히 관찰했는데 벚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며 무심하게 바라보며 즐기는 정적인 유형의 즐김이다.

어느 곳에 있든지 그저 바라보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꽃놀이를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나라와 다른 벚꽃 향연에 대한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벚꽃 속으로 들어가서 즐기는 동적인 유형을 갖고 있다.

꽃가지를 꺾어 머리에 꽂고 사진을 찍고, 벚나무 아래에 모여서 치맥을 즐기고, 주변 불법 노점상에서 꼬치라도 하나씩 물고 먹거리를 즐긴다.

먹거리를 덤으로 누리려는 인식 때문에 바라보고 즐겨야 할 벚꽃의 향연으로부터 일탈하게 되는 거다.

나는 이번 상춘객들이 4월의 무심천 벚꽃 향연을 즐길 때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의 꽃을 무심히 바라보고 그 자체를 감사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시민이 노점상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스스로 철수할 것이다. 먹거리를 즐기는 수요가 없다면 무심천 둔치에 노점상은 발 디딜 틈이 없지 않을까.

올해는 벚꽃이 필 때부터 시민의 인식이 한 번 바뀌어가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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