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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

전 보은문학회장

3월은 입학과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 되며, 생애 최초로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집에서 마냥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가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는 날, 아이가 어느 틈엔가 훌쩍 자라 있음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 눈물이 쏟아지는 감동도 있지만 아이는 작은 또래 집단에서의 호기심과 재미보다는 가족과 분리가 잘 되지 않아 힘겨운 나날일 수도 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은 나의 세대에는, 초등학교 입학 때가 부모님과의 분리로 며칠을 어머니와 손을 잡고 학교를 동행하며 다녔던 기억이 난다.

3월이 오면, 학창시절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어렵게 시험을 치루고 들어간 중학생이 되던 때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생이 700여 명이 넘었지만 형제자매 남매가 많아 같은 학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는 누구의 언니, 오빠이고 동생 등 가족관계를 알 수 있었고, 친구들도 어느 마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정형편까지 알고 있었으나, 중학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관내 각 초등학교에서 모인 180여 명의 친구들 중에, 시골 초등학교 출신으로 동문인 친구는 불과 8명인데 비해 읍내 삼산과 동광을 졸업한 친구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학급분위기를 그들이 주도하여 늘 주눅 들고 열등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귀에서 몇 센티 미만의 단발머리를 해야 하고 운동화는 검정이나 감색, 활동하기 불편한 교복, 명찰과 학년 뱃지를 꼭 달아야 하는 많은 규율이 부담되고 늘 긴장되었다. 또 치명적이었던 것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상처를 받았던 자질이 형편없고 아주 못된 담임선생님과의 만남, 과목별로 다른 선생님들 파악에 정말 학교 가기 싫을 정도로 성장 통을 겪었다.

그리고 두꺼워진 책을 넣어 한 쪽 어깨가 기울 정도였던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한 시간 정도를 걸어야 했던 등하굣길은, 보은 읍내를 거쳐서 가면 멀어 지름길인 들길(동안이들)을 지나 보청천의 돌다리를 건너서 둑길을 넘어 다시 논둑길(장께미들)을 걸어서 가야 했다. 그 길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내가 다닌 종곡학교 학군과 속리초등학교 일부 학군, 동광 학군 일부로 여중, 여고생, 그리고 농고생(지금의 생명고)이었다.

그 길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길보다 먼 것도 힘들었지만 문제는 보청천을 건너야 하는 돌다리였다. 지금은 3월에 영하로 내려가는 날들이 많지 않지만, 그 때는 거의 영하권으로 그 돌다리의 돌이 얼어서 걷다가 미끄러져 물에 빠져 운동화와 발을 적셨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짓궂은 농고생이 아침 일찍 돌다리를 건너면서 운동화 바닥을 물에 적셔 돌에 묻혀 시간이 지나면 얼게 하고 둑길 위에 앉아서 뒤 늦게 오는 여학생들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 길을 위태롭게 걷는 여학생들의 모습과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소리 지르고 손뼉을 치며 재미있어했다. 그들은 책도 한 권 들지 않을 것 같은 가벼운 책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모자는 삐딱하게 쓰고 다니며 장난을 치곤했다. 어느 때는 그 얼은 돌을 보며 돌다리 걷기를 포기하고 아예 운동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차가운 냇물을 건너 종아리와 발이 빨갛게 언적도 있었다.

그렇게 밉고 원망스러운 농고생이 있는 반면, 그 길을 함께 다녔던 친구 말에 의하면 돌다리 앞에서 머뭇거리며 겁먹고 있는 몇몇 친구들을 보고, 하나씩 업어서 물을 건너 주었던 고마운 농고생이 있었다고 한다. 그 분은 중학교에 갓 입학하여 미끄러운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 여학생들을 보며 착한 마음으로 등을 내밀었고, 순수했던 친구들은 거리낌 없이 업혔던 것 같다. 지금 같으면 어떨까· 그 순수한 호의를 갖기도 또 받아드리기도 어려웠을 듯싶다. 친구는 그 추위에 찬 물속을 오고갔던 그 분은 좋은 일을 했기에 분명 잘 살고 있을 거라며 꼭 찾고 싶다고 했다. 만나면 그 때의 추억을 공유하며 고마움 표시로 밥을 산다고 하여 웃었다.

나를 성장하게 했던 기억의 깊은 창고 속에 있는 보청천의 돌다리, 지금은 사라졌지만 자주 그리움이 되어 떠오른다. 그리고 고민이 많았고 내 작았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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