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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고로쇠 물

고로쇠 백숙, 고로쇠 나박김치

  • 웹출고시간2018.03.11 16:44:59
  • 최종수정2018.03.11 16:44:59

지명순

U1대학교 호텔조리와인식품학부 교수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신명나다. 나무들도 촉촉하게 물이 올랐다. 산길을 따라 민주지산을 오른다. 난생처음 민주지산의 텃주대감 이점석씨를 따라서 고뢰쇠 수액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경칩(驚蟄) 무렵에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樹液)을 마시는 풍속이 있었는데 단풍나무물마시기, 고리수먹기라고도 한다.

30분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나무에 하얀 비닐봉지가 두어개씩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저는 고로쇠나무를 몰라요"하니 "여느 단풍나무처럼 잎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고 가을이면 노랑 또는 밝은 갈색으로 물이 들어요. 나무는 겨울이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물을 다 빼버렸다가 봄이 오면 다시 그 몸에 물을 다시 채우는데 단풍나무과 식물의 경우 그 물을 올리는 양이 많아 구멍을 뚫으면 수액이 밖으로 흘러 나와요." 한다.

고로쇠나무잎

오랜 경험이 쌓인 사람이 아니라면 잎이없는 상태에서 어느 나무가 고로쇠나무인지 알아 볼 수 없을 것이다. 내 눈에는 똑같은 나무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를 골라 드릴로 물 구멍을 뚫고 고무호스를 박은 다음 긴 비닐 주머니를 매달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호스 구멍을 타고 방울방울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로쇠 수액 채취량은 한 나무당 고작 7L 정도인데 이것도 날씨가 좋아야 가능하단다. "날씨가 좋고 바람이 없으며 밤낮의 기온차가 커야 수액이 많이 나와요"라고 한다.

고로쇠수액

봄은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미세 먼지는 천식, 염증 등을 악화시키고 폐암, 폐렴, 기관지염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안과 질환, 피부질환까지 일으킨다. 그러므로 독을 빼내는 디톡스요법이 필요한데 고뢰쇠 수액을 마시며 땀을 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1100년 전 통일신라 말의 풍수지리가인 도선국사의 무릎을 펴준 고로쇠 수액은 뼈에 이롭다 해서 '골리수'라고도 불린다. 칼슘, 칼륨 등의 미네랄 성분이 물보다 40배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피부미용, 변비, 산후통 등에도 효능이 있다.

고로쇠 수액을 들고 참숯 찜질방으로 갔다. "뜨뜻한 방에서 이가 시릴 정도의 고로쇠를 마셔야 해요"라고 먼저 온 손님들이 고로쇠로 디톡스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맛있어서 한 잔 더~, 몸에 좋아 한 잔 더~, 시원해서 한 잔 더~ 외치면 고로쇠 수액을 마셨다. 수액의 맛이 달달해서 마치 이온 음료맛 같다. 짧은 시간에 가능하면 많은 수액을 마시고 땀을 흘리면 효과가 좋다고 하니 배가 불러오도록 마시고 땀을 뺐다.

고로쇠백숙

찜질로 기운을 쏙 뺐다면서 안주인의 비장의 요리 고로쇠백숙을 준비해 주시겠다고 나섰다. 고로쇠 물과 엄나무를 삶은 물을 1:3 비율로 잡고 토종닭을 넣고 압력 밥솥에서 40분 정도 충분히 익혀 주면 고로쇠 백숙이 완성이다. 중요한건 아무리 좋아도 고로쇠 수액 100%을 사용하면 단맛이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것, 고로쇠물과 보통물과 황금비율을 잘 지키는 것이 맛의 비법이란다.

찜질을 해서 개운하긴한데, 배가 너무 고팠다. 뽀얀 국물에 잠긴 토종닭은 어찌나 튼실한지 열명이 먹어도 넉넉할 정도로 푸짐해 보인다. "고로쇠 백숙을 드시면 속이 든든해질거에요" 일단 국물 맛부터.. "한약재 냄새가 적당히 나고 시원해요~" 다음은 손으로 다리 한짝을 떼어내서 야생적으로 .. "우아~쫄깃쫄깃~ 살 결이 살아 있어요." 겨우내 쌓인 피로 풀고, 봄맞이 보양식으로 몸보신 제대로 했다. 말이 필요없다. 올 1년 건강은 확실히 챙긴 것 같다.

고로쇠나박김치

사장님께서 귀한 물이라며 고로쇠 수액을 챙겨 주셨다. 영양이 많은 물이라 쉽게 변질되는데 냉장고가 비좁다. 그렇다고 한번에 다 마실 수도 없는 일이라 나박김치를 담기로 했다. 무, 배추 고갱이, 오이, 미나리를 준비해서 나박나박 썰어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도 물에 불렸다. 불린 고추는 고로쇠물에 빨아 빨갛게 색을 내고 절인 재료를 섞은 다음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어 고로쇠 나박김치를 완성했다. 고로쇠물이 달아서 일부러 풀과 배는 넣지 않았다. 금방 담았지만 달달한 국물맛이 상큼했다. 인절미와 먹으니 딱 어울린다.

신비의 물, 나무가 주는 천연 미네랄 워터, 고로쇠 물을 마시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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