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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15 10:47:11
  • 최종수정2018.05.15 10:47:11

류정현

충주시 엄정면사무소 주무관

8년 공직생활 동안 면사무소 근무는 처음이었기에 낯선 환경과 함께 이곳을 찾는 주민들의 모습이 매순간 새로워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1월 정기인사로 엄정면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지 사흘째 되던 날, 회의실에서 쫓겨났던 기억과 그 때 느낀 여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가 바뀐 후 첫 이장회의가 열렸고, 커다란 원형 탁자에는 스물여섯 명의 이장님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던 분들이 회의가 시작되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서류를 한줄 한 줄 꼼꼼히 살폈다.

각 팀장들의 행정사항 설명이 끝난 후 이장협의회장이 주관하는 회의로 접어들 때의 일이다.

직원들이 업무와 관계된 것은 없는지 수첩을 펴들고 메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던 찰나, 한 이장님이 손을 들었다.

자신이 하려는 얘기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며 다른 이장님들과 면 직원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발언 요지는 이장 간 회의를 할 때만큼은 면 직원들이 동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회의 중 민감한 내부 사안이 논의될 수도 있고, 면사무소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회의가 끝난 후 별도로 알려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장님의 발언 이후 분위기는 경직됐고, 난 괜스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이장님들의 재치와 매너 덕분에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협의회장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직원들의 퇴장을 권유하며 적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제안자인 그 이장님도 회의실을 나가는 직원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며 "미워서 그러는 게 아녀. 오해하지 말어"라며 구수한 말 한 마디를 건넸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고, 또 그 의견에 대해 협의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합의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공식석상에서 재치를 발휘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이 모든 모습들이 새삼 놀라웠다.

어쩌면 주민자치의 시대는 벌써 와 있었지만, 이제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장들은 지역에 터를 잡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계절들을 맞고 보내면서 마을에 있는 텃밭 한 뙈기,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무엇이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될지 누구보다 절실히 고민하며 살아온 분들이다.

그날의 기분 좋은 퇴장을 당하고 나서는 이장과 주민들을 대할 때면 절로 숙연해지곤 한다.

공직자들의 지침서라 불리는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완성된 때가 1818년이다.

선생은 서문에서 '목민'의 의미를 '백성을 기르는 것'으로 풀이했다.

백성이란 말이 사라지고 국민, 시민, 주민으로 변한 오늘날, 주민을 오로지 지도하고 가르치는 대상으로만 봐야할지 한번 쯤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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