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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영

충주선관위 지도홍보계장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지났다. 부모님의 걱정거리인 나는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었고 모두 나를 위한 것임을 아는데도 그 순간 자리를 피하거나 짜증을 냈다.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이런 철부지이지만 어느새 사회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나는 2006년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규 발령을 받았다. 해도 해도 줄지 않는 일과 잦은 실수로 인해 눈물 콧물을 쏙 빼가며 선거를 마쳤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선배들의 잔소리는 마냥 쓰기만 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고 내 일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니 이 모든 게 그 당시 쓰게만 느껴졌던 선배들의 잔소리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관심과 애정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잔소리' 말이다.

이제 나는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햇병아리 시절 따뜻한 온기와 조언을 아낌없이 나눠주셨던 선배들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직까진 많이 부족하고 쉬워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그 쉽지 않은 일을 하게 됐다. 이번 6·13 지방선거의 예비후보자등록을 앞두고 개최한 입후보안내 설명회에 참석한 입후보예정자와 관계자분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나는 충주시선관위의 지도홍보계장으로서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제한·금지사항에 대해 안내했다. 그러다보니 '기부행위는 안됩니다.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운동하면 안 됩니다'라며 선거법을 위반하지 말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됐다. 그럼에도 약 한 시간 정도 이어진 교육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관심 있게 들어주는 참석자분들의 모습에 많이 감사했다. 그분들은 나의 당부사항을 선관위 직원이자 충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입후보예정자 분들이 선거법을 준수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아름다운 잔소리'로 들어주시진 않았을까?

요즘 나는 아침마다 어느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을 되뇌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 구절의 내용은 누구나 말하기 전에 거쳐야 한다는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에 대해 안내해야 하는 선관위 직원으로서 내가 후보자나 유권자에게 안내하는 내용이 "정확한 것인지, 꼭 필요한 내용인지, 그리고 충분히 따뜻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후배들에게 어쩔 수 없이 쓴소리를 하게 될 때나 어렵고 딱딱한 선거법을 안내할 때 위 세 질문을 거친다면 내 말이 '아름다운 잔소리'가 되어 상대방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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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