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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수필가,원봉초등학교병설유치원교사

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의 가을날 같다. 머리를 텅 비우고 떠돌기에 딱 좋은 날씨다. 인도의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툭툭 두드리며 반겼다. 바라나시로 가기 위해 인도의 국내선을 기다렸다.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검은 피부에 흰자위가 두드러지는·눈. 그 눈을 걸어 나오는 눈빛이·많은 생각을 품은 듯 어둑해 보였다.

드디어 도착한 바라나시. 호텔에 짐을 풀었다. 피곤한 마음은 호텔방에 누여 놓고 설레는 몸을 일으켜 바라나시 길가로 나섰다. 갠지스강을 보기 위해 릭샤를 탔다.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인력거인 릭샤는 2인용이었다. 검은 대나무처럼 깡마른 운전사가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빼빼 마른 얼굴에 유난히 큰 눈이 선해 보였다. 목엔 파란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그 아래 보이는 체크무늬 난방엔 찌든 때가 더덜더덜 붙어 있었다. 칠부 바지 아래 드러난 까맣게 그을려 번들거리는 가느다란 다리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해 보였다. 발아래 신겨진 슬리퍼는 금방이라도 끈이 끊어질 듯 했다. 그 속에 까만 발과 대조를 이루는 빛나는 발톱이 반짝였다. 그를 보며 삶의 무게가 온몸으로 밀려왔다. 삼십분을 가는 동안 그의 야윈 다리와 작은 등판이 자꾸 눈앞에서 파도쳤다. 그 초라한 파도를 보며 인력거를 탄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의 고통 뒤에 엉덩이를 깔고 있는 것 같아 미안했다.·경사진 길을 오를 때는 ·낡은 인력거가 힘에 겨운 듯 삐걱이며 비명을 질렀다. 인력거의 비명에 찔린 그는 앉지도 못했다. 엉거주춤 페달을 밟고 서서 온 몸의 힘을 쥐어짜듯 운전을 했다. 작은 오르막에도 힘이 부친 듯 엉덩이를 안장에서 떼고 일어서서는 온몸을 뒤틀며 릭샤를 끌고 있있다. 그 와중에도 그는 가끔 손님인 나를 의식한 듯 뒤를 돌아보며"Good driver·" 라고 물었다. 나는 환하게 피어나는 그의 흰 이를 보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You are best driver!"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베스트였다. 그 아비규환의 도로에서 그의 운전 솜씨는 가히 운전의 신이라 칭할 만 했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바라나시 도로에는 소가 여기저기 느리게 걷고 있었다. 그 사이로 수많은 개들이 걸어 다녔다. 그리고 그 틈으로 사람들이 지나 다녔고,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거기에 섞여 자가용도 다니고 자전거도 다녔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오토 릭샤도 길을 누볐다. 수많은 경적소리와 고함소리 그리고 휘파람 소리가 도로 위에 출렁였다. 다양한 운송수단과 동물들의 행렬에 마치 내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먼지와 매연과 소똥과 향내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흔들리는 릭샤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누가 날리고 있는 건지 수많은 연들이 건물 사이사이를 떠다녔다. 내가 본 바라나시는 비빔밥 같았다. 연은 그 위에 잘 얹어진 잣 고명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신기하게도 도로에는 사고의 흔적도 없었고, 로드 킬의 흔적조차 없었다. 무질서한 것 같아보였으나 그 안에 나름대로의 질서가 사는 듯했다. 도로에 소가 누워있어도 차들은 용케도 소를 치지 않고 지나갔으며 개들도 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소란한 길거리에서도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거나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들을 해치지 않았고 그들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릭샤에서 내리며 팁을 건넸다. 1달러의 팁을 받고 감사하다고 두 손을 모으는 그의 가느다란 몸에서 삶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그동안·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푸념을 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 떠 다녔다. '어제 죽은 것처럼 오늘을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는 간디의 말을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굴려본다. 어제 죽었다면·오늘은 덤으로 사는 새 날이다.··내게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살리라.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낯선 도시 바라나시를 거닐며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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