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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스페인을 여행할 때의 일입니다. 누에보 다리 근처의 커피숍에 앉아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데 낯모르는 한국사람 하나가 다가오더니 한국에서 왔냐고 묻더군요. 머나먼 타국에서 이유 없이 접근하는 동포는 당연히 경계대상이기에 몸을 움츠렸더니 자신을 사십여 년이 넘도록 현지에서 살고 있는 교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조금 시간이 남는다면서 허락도 얻지 않은 채 우리 앞에 털썩 자리를 잡은 그는 대뜸 삼성을 화제에 올렸습니다. 자신들이 처음 스페인에 자리를 잡았을 때 현지인들은 먼 동방에서 온 자신들을 마치 외계인 보듯 했답니다. 열과 성을 다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설명했지만 현지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던 모양입니다. 상당 기간 동안 그러한 대접은 지속되었다고 했습니다. 어지간히 자리가 잡힌 뒤에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중국인이거나 일본인으로 치부하고는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곤 했다는 것이지요.

헌데 그들이 어느 순간부터 묻는 순서를 바꾼 모양입니다. 중국과 일본에 앞서 한국인이냐고 묻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스페인에 퍼지기 시작한 삼성의 텔레비전 제품 때문이었지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된 품질 좋은 삼성의 텔레비전은 삽시간에 스페인 전국을 휩쓸었고 그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급속도로 높아진 것은 물론 한국인의 존재감 또한 껑충 뛰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에게까지 긍지를 심어 주고 있는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1년 가까이의 영어생활을 끝내고 기업으로 복귀했습니다. 재판부가 1심의 형량을 과감하게 뒤엎고 집행유예를 주어 석방한 것이지요. 그가 지은 죄의 유무를 떠나 우리나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대기업의 총수를 경제 일선으로 복귀시킨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반발 또한 거셉니다. 이미 2년 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가 '삼성 장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본의 아니게 붙인 채 인격적인 매도와 함께 문자 폭탄의 피해를 입은 바 있기 때문에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제반 여건과 상황이 당시와 비교해 조금도 변하지 않았기에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을 담당한 재판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당초부터 있어왔습니다. 더욱이 사법지도부가 정권과 코드를 맞추는 인사들로 교체되었기에 압박감은 더했겠지요. 그러나 이 나라의 자랑스러운 사법부에는 아직 소신 있게 공무를 집행하는 꼿꼿한 판사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번 판결은 명확히 인식시켜 주었습니다.

올림픽 때문에 조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2심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셉니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여당 쪽으로 우르르 몰려 한 줄로 늘어선 많은 패널들이 앞 다투어 출연해, 판결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판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패널은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소음이 무서워 비행기가 날지 못한다면 그건 순리가 아니겠지요.

차제에 정치권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의 도움을 받지 않는 정당이 있을까요. 특히 대선 후보의 경우에. 이제 기업을 정권의 유지 기반으로 이용하려는 음성적인 모든 노력을 걷어치워야 합니다. 이 나라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간섭 없이 놓아두어야 합니다. 무소불이의 권력을 휘두르며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것을 억지로 꿰맞추기 위해 기를 썼던 특검 또한 반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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