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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2.11 15:13:48
  • 최종수정2018.02.11 15:13:48

지명순

U1대학교 호텔조리와인식품학부 교수

"밥 한번 먹자" "차 한잔하자" 친구와 전화 통화하면 으레 하는 말이다. 하지만 만날 약속을 잡으려고 하면 '이날은 안 되고 이날도 안 되네'하다가 한해 한해가 지나가 버렸다. 이번 명절엔 친구와 만날 약속을 어렵게 잡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위해 음식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뭐가 좋을까·' 궁리를 하다가 이야기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게 먹을 과자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케익은 너무 흔하니 이왕이면 옛날식으로 만든 전통과자를 선물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려면 밀가루부터 우리 토종을 써야 할 것 같아 평소 알고 지내는 성수정씨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녀가 살고 있는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을 찾았다. 그녀가 직접 토종밀을 농사짓고 있는 밀밭 구경에 나섰다.

밀밭

ⓒ 이효선
도시에서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산골에서 밀농사를 짓는 이유가 궁금했다. "농사는 즐거운 놀이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작업이에요" "밀밭에서 일하면 오히려 기운이 나요"라고 한다. 밀밭은 몽골의 초원을 연상케 초록하다. "올해처럼 추운 날씨에도 어쩜 이렇게..." "밀이 신통방통하죠!" 성수정씨가 농사를 지으면 기운이 난다는 말이 실감났다. 나도 기운이 저절로 난단다. 풍년을 기원하며 발로 들뜬 밀을 발로 꾹꾹 밞아 주고는 산등성이를 내려왔다.

밀은 성질이 차다. 그러나 가루로 만들면 성질이 따뜻해지게 되며 중초(비위(脾胃)가 속해 있기 때문에 중초의 주요 기능은 비(脾) · 위(胃)의 기능과 밀접히 연관되어 부위)를 도와주고 기력을 더해주며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기력이 강해지게 하며 오장을 도와준다. 오랫동안 먹으면 몸을 실하게 만들어 건강하게 된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다.

산자

ⓒ 이효선
첫 번째로 만들 음식은 청주지역의 조리법을 담은 『반찬등속』에 기록된 산자를 만들기이다. 토종 앉은뱅이밀가루에 생강즙을 약간 넣고 호박가루, 자색고구마가루, 쑥 가루를 넣어 삼색으로 되직 반죽을 한 다음 비닐에 싸서 2시간 정도 숙성을 시켰다. 부드럽게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밀어 얄팍하게 폈다. 그리곤 한입크기로 네모가 반듯하게 자를 대고 잘랐다. 다음은 밀가루 반대기를 튀길 차례, 낮은 기름 온도에서 서서히 바삭해 질 때까지 튀기는 게 포인트이다. 급한 마음에 온도를 높게 하면 반대기가 가운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게 되니 모양이 좋지 못하다. 튀긴 반대기를 가마솥에 직접 고아서 만든 쌀 조청에 담갔다 꺼낸 다음 쌀 튀밥을 가루를 입혀 완성했다. 천연의 노랑, 자주, 녹색이 은은하게 흰색 튀밥 사이로 비쳐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아 보인다.

꿀은 널리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었는데 민간요법에 의하면, 만병통치제로 특히 감기, 심한 기침, 딸 국질, 위장이 약한 사람, 피로회복 등 그리고 신체를 보호하고 입술이 거칠어 진 것을 방지하고, 피부 미용에 효력이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효과가 좋은 꿀로 음식을 만들면 음식명에 '약'자가 들어간다.

약과

ⓒ 이효선
두 번째는 꿀을 넣어 만들어 약이 되는 과자, 약과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밀가루에 소금, 참기름 넣고 손으로 비벼 체에 내린 다음 꿀과 청주를 넣고 한 덩어리로 약과 반죽을 만들었다. 반죽을 밀어 반으로 접어 잘라 겹치기를 2-3번 반복한 다음 예쁜 꽃모양틀로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찍었다. 이제 기름 솥에 넣어 황금색으로 될 때까지 서서히 튀긴다. 이게 끝이 아니고 집청 과정이 남아있다. 집청은 조청에 꿀, 생강즙을 섞어 잠시 끓인 뒤 튀긴 약과를 담가 속에까지 단맛이 스미도록 하는 것이다.

종일토록 밀가루 반죽을 하여 기름에 튀기고 집청을 하는 등 복잡한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전통과자 그것도 우리밀가루로 처음 시도해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어디 맛을 볼까·"하면서 산자를 반으로 잘라 둘이 나누어 맛을 본다. 산자는 바삭하면서도 달콤하고 약과는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단맛이 돌았다. 이만하면 합격점이다. 산자와 약과를 한 개씩 비닐 포장지에 싸서 다시 예쁜 박스에 담고 빨간색 리본까지 묶으니 선물 분위기가 났다.

선물

ⓒ 이효선
"그래, 선물은 맘을 담아야지" "흔한 케익과는 비교가 안 되지!"하면서 흐뭇해했다. 내가 만든 과자를 맛있게 먹어줄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이 과자로 인하여 말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서리서리 풀어내길 바라며 벌써 맘에 환한 꽃을 피워본다. 집에 돌아갈 땐 가족들과 나눠 먹으라고 선물 한 상자씩 들여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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