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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2.04 14:13:41
  • 최종수정2018.02.04 14:13:41

지명순

U1대학교 호텔조리와인식품학부 교수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육지를 떠나 제주 섬에 다녀왔다. 남녘 섬은 벌써 봄기운이 느껴졌다. 곳곳에서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바닷바람에서도 미세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입춘(立春)이다.

봄은 이미 동지(冬至)를 지나면서 시작되었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동녘에선 봄바람이 불어온다. 따뜻한 공기가 땅을 녹이고,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식물들은 영양분을 빨아올려 성장을 시작한다. 천지(天地)가 변하고 있는데 사람의 몸은 아직도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으름뱅이와 같다.

오행(五行) 중 봄은 목(木)에 해당되고 오장(五臟) 중 간(肝)이 속한다. 평소 간이 허(虛)한 사람은 봄이 되면 목의 기운을 받아 기운이 좋아진다. 반대로 평소 간이 실(實)한 사람은 목(木)의 기운이 지나쳐 비위가 극(克)을 당해 입맛을 잃게 되고 심하면 코피까지 흘리게 된다. 이것을 보통 '봄을 탄다'고 말한다.

오신반

ⓒ 이효선
그러니 외부에서 자극을 주어 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몸에 자극을 주려면 발산(發散)하는 성질을 가진 매운맛이 최고다. 한의학에서 매운맛은 기혈을 통하게 하여 기(氣)의 흐름을 좋게 하는 맛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조상들은 입춘(立春)에 다섯 가지 매운맛 나는 나물로 오신반(五辛飯)을 먹었던 것이다.

입춘 오신반을 체험하기 위해 피반령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보은으로 향했다. 삼남매가 오순도순 살고 있는 온제향가는 사방이 눈밭이다. 아직 한 겨울이다. '입춘에 항아리 깨진다'는 말은 우리지역 절기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나도 모르게 "얼어 죽을 것 같다"고 소리친다. 귀가 빨개지고 콧물이 줄줄 손발이 얼고 입이 얼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산갓

오신채를 찾겠다고 눈밭을 헤쳐 보니 지난해 남겨 두었던 갓이 떡잎을 사이로 파릇파릇하다. 쪽파는 칼을 깊숙이 넣어 자르니 줄기가 뽀얗게 나온다. 눈바람과 꽁꽁 언 땅에서 작고 여린 줄기가 생명을 버리지 않고 살아 있음이 기적 같아 기쁨과 감동이 밀려온다.

움파

ⓒ 이효선
눈밭에서 채취한 봄나물을 다듬었다. 쪽파는 소금물에 데쳐 소금과 참기름으로 연하게 무쳤다. 방풍나물도 데쳐 깨소금으로 고소하게 무쳤다. 갓 잎은 적당히 손으로 뜯어서 겉절이로 무치고, 달래양념장도 만들어 오신반 준비를 하였다. 다음은 애탕국 차례, 쑥은 데쳐 다진 쇠고기와 섞어 양념을 하고 둥글게 완자를 빚어 밀가루와 계란 옷을 입혔다. 쇠고기 육수국물에 얌전히 넣어 달걀 물이 풀어지지 않도록 익혔다. 봄의 향기가 담은 애탕국이 완성되고 겨울잠을 깨울 입춘밥상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애탕

ⓒ 이효선
쑥을 비롯한 봄나물은 몸을 따뜻하고 기운을 돋우고 잃었던 입맛도 살아나게 하는 자연이 준 약이다. 특히 쑥은 평소 몸이 냉하고 기운이 부족하여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힘들어 하는 소음인에게 좋다.

오신채가 담긴 밥을 달래양념장에 비벼 한 수저 입에 넣는다. 매콤한 나물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진다. 여기에 맑은 애탕을 한 수저 입에 넣으니 오묘한 향이 내 몸 속으로 온전히 들어온다. 입춘에 오신반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봄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영혼이 겨울옷을 벗고 봄옷을 갈아입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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