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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언제인가 본 지면에서 토로한 대로 좌구산 기슭에 위치한 농장에 토종닭을 몇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임신한 며느리에게 양질의 달걀을 공급하겠다는 아내의 뜻에 따라 태어난 지 2개월쯤 된 중병아리를 마리 당 1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구입한 것이 지난해 봄입니다.

병아리의 높은 구입 가격을 전해들은 지인들은 차라리 성계(成鷄)를 구입하는 것이 나았겠다는 농담을 하더군요. 병아리를 파는 양계상인들에 의하면 특별하게 개량된 '맛닭'이어서 값이 비싸다고 했습니다. 초보 농민을 기만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대량으로 사육하는 것이 아니고 기껏 십여 마리를 구입하는 것이어서 두말없이 값을 치렀습니다.

종이박스에 실려 이사를 한 녀석들은 너무도 연약해 혹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지나 않을까 했던 걱정과는 달리 잘 자라더군요. 제공되는 사료며 채소를 쉴 새 없이 먹으며 나날이 다른 모습을 보이더니 이사 온 지 넉 달쯤이 지나자 달걀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그마해서 귀엽고 앙증맞은 초란은 당초 닭을 기르기 시작한 아내의 의도대로 바로 바로 임신한 며느리에게 전해졌지요. 그것들은 마침 유럽으로부터 불기 시작한 살충제 달걀 파동 탓에 '금달걀'이 되어 우리 부부를 뿌듯하게 했습니다.

녀석들을 키우다보니 처음에는 도저히 정이 가질 않더군요. 주인을 알아보질 못해 먹이를 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인데도 기겁을 하며 도망을 치곤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조금씩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젠 우리가 모습을 보이면 빠른 걸음으로 쫓아와 먹이를 달라고 조르기도 한답니다.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싶어 귀엽기도 하고요.

특히 수탉의 위용은 놀랍습니다. 암탉보다 두 배는 큰 몸집으로 암탉이 행여나 비명을 지르면 득달같이 달려갑니다. 때로는 아내에게 대들어 아내를 기겁하게도 하지만요. 어느 때인가는 길고양이가 근처에 나타났는데 그 녀석을 맹렬하게 뒤쫓자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치더군요.

헌데 날씨가 추워지자 걱정이 닥쳤습니다. 특히 물통이 제일 걱정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하의 날씨가 닥치자 물통이 꽁꽁 얼어붙는가 하면 달걀마저 얼어터지더군요. 해서 상수도 삽입용 열선을 구입해 물통에 깔아주고 사육장을 두터운 비닐로 감쌌습니다. 덕분에 사육장 안에는 훈훈한 기운이 감돌고 물통과 달걀도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지요. 산길이어서 눈이 쌓이면 차량의 출입이 어려울 것 같아 사료도 미리 여러 포 구입해 쌓아두었습니다.

예년 같으면 겨울 갈무리를 해 두고 봄까지 출입을 하지 않던 농장입니다. 닭 때문에 번거롭게 출입하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귀찮을 텐데 잡아먹고는 봄에 다시 병아리를 기르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아왔기에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더욱이 내년 봄이 되면 녀석들이 생산할 예쁜 병아리를 키울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혹한이 계속되는 요즘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 농장을 갑니다. 그곳을 가면 필자는 닭을 돌보며 사료와 물을 챙기는 한편으로 농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한파나 야생조수로 인한 피해가 없는지 둘러보고, 아내는 집안의 화목난로에 불을 지핀 뒤 군고구마를 구우며 점심식사를 준비합니다. 농장까지 가야 하는 자동차의 기름값이며 사료값을 생각하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 투자지만, 녀석들은 우리 부부에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맑은 정신, 키우는 즐거움을 주는 귀엽고 예쁜 미물(微物)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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