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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1.28 14:41:16
  • 최종수정2018.01.28 14:41:16

지명순

U1대학교 호텔조리와인식품학부 교수

집밥 열풍이 불고 있다. 남·녀 싱글은 물론, 갓 결혼한 새댁, 어느 정도 요리에 익숙한 주부들도 집밥을 흉내 내 보지만 먹고 나면 뭔가가 허전하고 기분도 찜찜하다. 진짜 집밥을 찾아 청주시 낭성면으로 박영자 어머니를 찾아 갔다.

어머니의 아담한 시골집 장독대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마당가 가마솥에는 하얀 김이 힘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산야초로 고추장을 담을 준비를 하는 중이란다. "내가 산에서 직접 채취한 오갈피, 꾸지뽕, 헛개나무 등 여러 가지 약재를 넣었어요." 약초 다린 물로 조청 만들기까지가 3일이나 걸린다고 하니 고추장 담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새벽부터 다리기 시작한 약초 물을 깨끗하게 거르고 여기에 엿기름을 휘휘저어 풀었다.

오갈피 헛개나무 꾸지뽕

ⓒ 이효선
엿기름물이 만들어지는 동안 따끈한 홈 메이드 한방차로 언 몸을 녹이기로 했다. 음식 만들기를 유달리 좋아했던 계집아이는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전통장 만들기부터 잔치음식까지 어깨 너머로 배웠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밥을 지어 먹으면 학교를 다녔다. 시집 와서는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음식장사를 시작하였는데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고 한다. 한적한 시골에서 친구하나 없이 적적하게 지내던 중 어느 날은 "아침에 새들이 잠을 깨우고 앞산에 있는 나무가 부르는 것만 같았어요." "매일 눈만 뜨면 산에 오르게 되었고 자연과 대화를 하다 보니 맘도 치유가 되더라고요." 산에 매일 오르다보니 약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급기야 자녀들에게 줄 약초고추장까지 담게 되었다고 한다.

고추장

ⓒ 이효선
엿기름물을 자루에 거른 다음 다시 가마솥에 붓고 찹쌀가루 빻은 것을 풀었다. 그리곤 약한 불로 투명해 질 때까지 저어 주었다. 솥에서 달착지근한 식혜 냄새가 시작하니 불을 세게 집혀 끈적끈적하고 달달한 조청이 될 때까지 고았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지루한 작업이지만 "우리아이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대충할 수 없죠. 엄마는 좋은 것만 주고 싶잖아요."라고 한다. 한약재조청, 띄운 보리밥, 고추장용 고춧가루, 소금 등 고추장 담을 재료가 모두 준비됐다.

"이제 섞기만 하면 되나요·" 하니 고춧가루를 채에 쳐서 넣어야 한다며 나에게 나무주걱으로 저으라고 한다. 혹여 있을 지도 모를 이물질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점점 더 붉은색이 고아지고 농도가 짙어져 가니 팔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고추장 빛깔이 정말 빨게요." "고추는 작년 가을에 태양초로 말려서 미리 빻아서 준비 놓았어요. 그래야 빛깔이 곱거든요." 소금을 넣고 또 저어서 섞었다. "이제 다 된 것 같으니 주걱을 세워 봐요."따라 하니 신기하게도 주걱이 똑바로 세워지는 것이 아닌가. 고추장 완성 점을 알아보는 방법이었다. "짜고 매워요." "3개월은 숙성시켜야 제대로 된 맛이 나죠." 고추장을 항아리에 담아 주둥이에 하얀 망사까지 씌워 장독대에 가져다 놓았다.

야생 버섯찌개

ⓒ 이효선
숙성된 고추장은 검붉은 빛을 띠고 매콤하고 깊은 단맛이 났다. 이 고추장으로 작년 가을에 손수 따서 냉동보관 중인 야생버섯으로 찌개를 만들어 주신다니 빙그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반달지게 썬 감자를 들기름에 들들 볶은 후 해동 된 야생 버섯을 넣고 고추장도 한 수저 넣고 자글자글 소리가 나게 한참을 볶다가 사골국물을 부어 끓였다. 마지막에 파를 조금 썰어 넣으니 완성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집밥 요리사보다 투박하지만 어머니의 정성과 진심이 느껴져 절로 마음이 갔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약초고추장을 싹싹 비벼 한 수저 먹어본다. 밥알 한 알 한 알에 묻어있는 고추장이 달고 차지고 맵다. 아무 맛이 없는 흰밥의 매력이 고추장을 먹을 때 느껴진다. 야생버섯찌개는 자연의 향기가 입안에 그대로 퍼졌다. 버섯 특유의 씹히는 질감도 살아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뚝배기 바닥을 닥닥 긁어 국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제대로 차린 집밥을 배가 터져라하고 먹었다.

박영자 어머니처럼 가족의 건강과 행복까지 고려해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으로 만든 음식이 진짜 집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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