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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섭

청주시 공보관실 팀장

깜깜한 밤입니다. 이 밤이 싫지 않은 이유는 새벽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고 가는 자연의 섭리는 변함이 없는데 변하는 건 공허하게 떠도는 내 마음 뿐입니다. 올 해 첫날에도 어김없이 해맞이를 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김 형과 함께 했던 해맞이를 이번에는 혼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나이임에도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겠다며 유학길에 오르던 날 그 용기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었는데, 오늘따라 김 형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아직은 해맞이 장소로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무심천과 미호천이 합수(合水)하여 까치내를 이루는 곳. 그 합수머리 위로 빨갛게 떠오르는 해는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찬란했습니다. 몇 해 전 문의문화재단지 인파(人波) 속에서 해맞이를 하던 날, 김 형이 저에게 한 말이 기억납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해는 뜨는데 왜 사람들은 새해 첫 날 뜨는 해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좋지 않은 기억을 잊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 기억들을 빨리 잊어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아쉬웠던 기억들을 잊기 위해서 사람들은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열광하는지도 모릅니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저도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 해의 소망을 빌었습니다. 새해에는 창조적 활동 하나쯤은 취미로 삼으려합니다. 그림을 그리든, 악기를 다루든 창조적 활동은 훗날 나의 말년을 더욱 빛내 줄 소중한 요소가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겠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는 만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판단력을 길러야겠습니다. 더 이상 육체적인 힘으로 세상과 맞서기는 힘들듯 합니다. 이제부터는 사려 깊은 판단과 원숙함으로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 합니다. 꾸준히 달리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내게 오십이 중요한 건 지금 내가 그 나이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십대를 위해 나는 무엇이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비록 예전처럼 빨리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삶의 자세를 가지려 합니다.

며칠 전 지역의 서예가 한 분을 만나 무술년(戊戌年)새해 시민신문에 실을 글을 부탁드렸습니다. 힘들었던 지난 해 딛고 일어서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그 분께서 써 주신 글은 분감공고(分甘共苦), "즐거움은 나누고 괴로움은 함께하라"는 사자성어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좌절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좌절 없이 큰 나무는 없습니다. "돌은 그냥 돌일 뿐,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요,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라던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제가 살고 있는 오십대에는 실직이든, 좌절이든 미래의 불확실성과 만나게 됩니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찾아온 이 시련들을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나이임에 감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인생의 절반을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 뜨겁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려합니다. 먼 훗날 나의 오십대를 충실한 삶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습니다.

어둠이 거치고 여명이 창문을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출근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여유와 풍요로움,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의 아침을 건강하게 출발해야겠습니다. 조속한 만남을 기대하면서 건강을 빕니다. 다음에 만나면 제가 한 잔 살 테니, 제 잔의 절반은 김 형이 부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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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