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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소되는 날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 우리의 사랑 축복해."

나도 모르게 흥얼대는 노랫소리. 이틀 동안 펑펑 쏟아진 눈은 청주를 온통 새하얀 눈 세상으로 만들었다. 겨울이 시작되고 기대하던 눈이 내리지 않아 겨울답지 않았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눈다운 눈이 내렸다. 기온이 뚝 떨어져 춥고 눈길 미끄러운 도로를 엉금엉금 기듯이 운전하며 출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혹시나 눈길에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며 운전을 했지만 새해를 축복하는 눈이라는 생각에 어린애 마냥 신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얗게 내린 눈으로 덮인 무심천변은 그림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눈 덮인 주변을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민원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찌감치 출근한 직원들은 오자마자 제설 장비를 챙기고 나갔다. 머리에 눈이 쌓이는지도 모르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이 언제쯤 그칠까 하늘 한 번 보고 치운 눈길을 다시 거꾸로 걸으며 눈을 치운다. 평소에 차가 많이 주차돼 있어 넓어 보이지 않던 주차장이 왜 이렇게 커다란 축구장 만한지 쓸어도, 쓸어도 주차장이 작아지지 않는 건 기분 탓이려니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생각이 났다. 밤잠을 설치며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해서 넓은 아파트를 주민들의 도움없이 묵묵히 혼자 치우셨을 경비원 아저씨의 수고에 죄송한 마음이 생겼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소리 없는 희생 없이는 당연해지지 않다는 것을 왜 이리 늦게 깨닫게 되는 걸까.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조금 더 편해지고 싶은 욕망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수고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 조금만 부지런히 집 앞을 쓸었더라면 긴 밤 내리는 눈을 보며 애태우셨을 경비아저씨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드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투덜투덜 눈을 치우다보니 이제야 그 노고의 고마움이 느껴지는 건 당연히 경비아저씨의 일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지,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힘 센 직원이 하겠지, 나 하나 안한다고 뭐 안 되겠어·' 내가 안 해도 늘 다른 직원들의 노고로 인해 내가 근무하기 편한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안 해도 누군가가 하니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안일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노랫말처럼 '흰 눈이 기쁨 되는 날'이 되도록 적어도 나만큼은 누군가의 기쁨 되는 날이 되도록 실천하는 사람이 돼보자고 다짐한다. "오늘은 그 사람 덕에 따뜻하고 행복했어." 다음 눈이 오면 꼭 듣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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