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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1.09 13:26:50
  • 최종수정2018.01.09 13:26:50
[충북일보] 1987년 재수생이었다. 청주 사창사거리 근처 학원에 다니던 시절이다. 그해 1월 14일 박종철 고문치사와 7월 5일 연세대 이한열군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왔다. 대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도청까지 행진한 '독재타도·호헌철폐' 대열에 시민은 물론, 재수생들도 대거 동참했다.

노태우는 6·29 선언을 했고,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다.

김대중·김영삼의 분열

그해 야권은 분열했다.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가 36.64%의 지지율로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분열의 원인 제공자로 전락한 김영삼은 28.03%, 김대중은 27.04%에 그쳤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비난이 곳곳서 쏟아졌다.

우리의 역사는 이 지점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김영삼·김대중은 노태우에 이어 연달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역사의 도도한 물길을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1987년 대선. 박영호 충북대 총학생회장은 삭발을 하고 청주 무심천 합동연설회에서 '김대중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지선언 후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눈물이 쏟아졌다. 청년들의 끓는 피로 얻어진 직선제, 민주주의로 거침없이 달려갈 길목에서 야권 분열은 청년들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1988년. 대학가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최루탄 연기 자욱한 캠퍼스에서 방황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화염병 시위가 벌어졌다.

그해 7월 이한열 1주기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한열의 모교에서 열린 집회에 대학생 수만 명이 운집했다. 학생들과 전경들은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를 벌였다.

시위대와 전경들은 모두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시위 도중 전경들은 학생들에게 물을 달라고 했고, 학생들은 군용담배를 받고 물을 건넸다.

역사적인 물물교환의 현장, 외신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다. 마치 종군 기자처럼 움직였다. 바로 그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사례다.

1989년에도 대학가는 진정되지 않았다. 5·3 동의대 사태로 수많은 전경들이 사망했다. 6월 통일축전 당시 임종석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대협 의장이었다.

당시 청주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민주당 이인영·우상호 의원도 있었다.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임수경도 충북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각 지역별 통일선봉대가 꾸려졌다. 대학별 10명 씩 충북 대학생 40명은 부산에서 판문점까지의 통일대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경찰의 삼엄한 검문검색을 뚫고 영남대, 한남대를 거쳐 한양대 입성을 눈앞에 두고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상처가 남지 않는 발바닥을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유치장에서 임수경 방북 사실을 들었다. 일부는 환호했고, 일부는 절망했다. 반성문을 썼다. 일부 버틴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반성문을 선택한 뒤 석방됐다.

석방자 중 일부는 방북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통일운동의 순수성이 상실됐다는 이유에서다.

많은 대학생들이 이탈했다. 순수성을 상실한 통일운동이 공안정국을 초래했고, 전교조 문제 등 각종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북한은 변할 수 있는 나라인가

20대 초반의 청년이 50대의 장년이 됐다. 장년은 영화 '1987'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1987~1989년 386세력은 이 시대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 중앙은 물론, 지방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제 과거와 달리 북한이 변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핵심 포인트는 핵 개발 포기다. 핵을 머리에 얹고 사는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9일 역사적인 남북회담이 열렸다. 평창올림픽 참가가 성사될 것으로 믿고 또 믿는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긴장은 절대로 늦추지 말아야 한다. 과거 3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하고도 실패한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면 한다. 이렇게 국론이 모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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