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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1.07 14:56:03
  • 최종수정2018.01.07 17:46:37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쌀을 씻는다. 서걱 서걱 무를 썬다. 참기름을 두르고 무를 넣고 밥을 안친다. 방안에 냄새가 배고 김이 난다. 시아버지가 외출했다 돌아오신다. 모락모락 며느리표 한 그릇을 밥을 드신다. 이제야 소박하고 따뜻한 종갓집 저녁식사 풍경이 완성된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한 아담한 농촌마을 절기밥상을 소개해 줄 원태자 어머니를 만나러 증평읍 내성리로 찾아갔다. 1년에 제사만 12번 지내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음식솜씨 좋기로 유명하다. 추위를 녹이는 무밥으로 절기밥상을 차려주신단다.
ⓒ 이효선
도착하자마자 밭으로 무를 꺼내러 가자고 하신다. "아직도 무광이 있어요?" "옛날 겨울철 식재료를 보관하던 방식인데 우린 아직도 이 방식으로 무를 저장해요!" 작년에 수확해 무를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고, 무청은 서늘하고 그늘지고 통풍 잘되는 처마 밑에서 말렸다고 한다. "이 세상엔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오랜 세월 야무진 살림솜씨로 큰살림을 살아왔음을 짐작케 한다. 밭 가운데 무덤처럼 불룩하게 올라 온 것이 무광이다. 구멍을 열고 팔을 길게 뻗어 무를 꺼냈다. 단단하고 야무지게 생긴 무가 선을 보인다. "어머~ 바람도 안 들고 너무 싱싱해요" "그렇죠! 월동무라 단맛이 더 나요"

무밥에는 시래기 된장국이 어울린다며 시래기를 떼어다가 미지근한 물에 불린다. 보기엔 볼품없어도 겨울철 특급 식재료로 통하는 무청시래기 효능은 시래기는 철분과 무기질, 특히 식이섬유소가 35% 이상으로 풍부한데 운동량이 적은 겨울철 장운동에 도움을 준다. 햇볕에 말리면서 비타민D가 풍부해져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에 좋다. 뿐만 아니라 겨울철 부족한 일조량으로 줄어든 혈중 비타민D 농도를 높여 우울증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시래기국

ⓒ 이효선
물에 3시간 불린 시래기를 쌀뜨물에 넣고 부드럽게 삶는다.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았던 시래기가 부들부들해지고 원형을 되찾았다. 한쪽 솥에는 멸치, 다시마, 무로 육수를 끓였다. 시래기 손질이 끝났나 했더니 다시 시래기 잎을 하나씩 잡고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껍질을 벗겨야 어르신들 잡숫기 쉽고 간이 속에까지 잘 스며요." 시아버님 병간호를 정성스럽게 했던 며느리는 시래기 손질에도 온 정성을 다 기우린다.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된장으로 밑간해 주물러 놓는다. 팔팔 끓는 육수국물에 된장양념으로 밑간한 시래기를 넣어 끓인다.

무밥

ⓒ 이효선
불린 쌀은 건져 물이 빠지게 두고 무는 굵게 채 썰어 준비한다. 냄비에 참기름을 한방울 두르고 무를 볶아준다. 그리고 물기를 뺀 쌀을 넣고 밥물을 잡는다. 무에서 수분이 나오므로 밥을 지을 때 보통보다 물을 조금 덜 넣고 여기에 다시마 한 조각과 소금을 약간 넣는다. 싱싱한 굴이 있으면 마지막에 얹어 뜸을 들이면 무굴밥이 된다고 한다. 간장에 파와 고추, 참기름 한스푼과 즉석에서 간 깨소금을 듬뿍 넣어 빡빡한 양념장을 만들었다.

도토리묵무침

ⓒ 이효선
이렇게 한 겨울 잃었던 입맛을 살려주고 감기를 예방해 줄 무밥과 구수한 시래기국, 달콤짭조롬하고 쫄깃한 도토리묵조림까지 종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김이 모락모락 갓 지은 무밥에 양념장을 넣어 비비는 동안에도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크게 한수저 입속으로 쓰윽 밀어 넣으니 뜨끈함이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여기에시래기 된장국까지 몇 숟가락 더했더니 심장이 다시 살아 난 듯 온몸에 온기가 흐른다. 도토리묵 조림을 밥 먹는 사이에 먹으니 물컹했던 입안이 심심치 않다.

무를 날 것으로 먹으면 갈증이 멎고 음식이 잘 소화되며 기분이 상쾌해진다. 즙을 내서 먹으면 기침을 그치게 하고 출혈을 멈추게 하며 소독 및 해열이 된다. 삶아서 먹으면 담증(痰症)을 없애 주고 식적(食積)을 제거하여 준다.

또한 염소고기와 은어, 붕어를 같이 삶아 먹으면 폐결핵, 해수, 토혈, 천식을 고친다. 어패류와 함께 먹으면 비린내와 독을 풀 수 있고 돼지고기, 쇠고기와 함께 먹으면 원기를 보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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