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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

나이 예순여섯인 이제야 첫 손주를 보았습니다. 내 자신이 늦게 결혼한 터에 아들 녀석마저 늦게 결혼한 터이니 늦 손주를 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아들 부부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출산을 늦추었기에 더욱 그러했지요.

아이가 태어난 날 새벽, 아들로부터 며느리가 평소 다니던 대학병원의 분만실로 옮겨갔다는 다급한 이야기를 들은 우리 부부는 서둘러 서울로 달려갔습니다. 평소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그때마다 초음파 사진을 보내왔기에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그리 의심하진 않았으나 막상 진통이 오랜 시간 이어지자 초조해지는 것은 숨길 수가 없더군요.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예쁜 손녀가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신생아와의 만남을 병원 측이 허용하지 않아 이튿날이 되어서야 그것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가냘픈 생명의 모습을 먼발치로 살필 수가 있었습니다. 앙증맞은 손가락이며 발가락을 보자 조물주의 전지전능함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 닿더군요. 신기한 것이 어찌 그뿐이겠습니까. 완벽하게 구성되는 내장기관이며 혈관계통, 신경계통은 또 어떻고요.

손녀가 태어난 후 아내의 휴대폰은 불이 났습니다. 아들 녀석이 수시로 제 자식의 앙증맞은 모습을 보내왔기 때문이랍니다. 아내는 아들이 보내온 수십 장의 사진 중 가장 똘똘해 보이는 사진을 하나 골라 지인들에게 보내며 할머니가 된 것을 자랑하더군요. 바로 찬사가 쏟아져 들어왔지요. 신생아가 어찌 그리 똘똘해 보이냐며 자라서 하버드 대학을 가겠다는 둥 노벨상을 받겠다는 둥 듣기 좋은 소리만 날아오더군요. 아내는 그것이 감언이설인 줄 뻔히 알면서도 함박웃음을 짓곤 한답니다.

워낙에 아내의 손녀를 맞기 위한 노력은 가상했습니다. 며느리에게 달걀을 제공하기 위해 농장에서 토종닭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 지난봄입니다. 태어난 지 2개월쯤 된 중병아리를 사다 기르기 시작했는데 이 녀석들이 7월부터 달걀을 낳기 시작하더군요. 모아지는 달걀은 바로바로 아이들이 거주하는 서울로 보내졌지요. 마침 살충제 파동이 일어나자 우리가 생산한 달걀은 '금달걀'이 되었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선견지명이 있다는 칭송을 아끼지 않더군요. 정성에 보답하려는 의도인지 실제로 며느리는 우리가 생산한 달걀 외에는 입에도 대질 않았지요.

병원에서 이틀을 보낸 아이와 산모는 사흘째 미리 예약한 산후조리원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런데 세상 참 편리해졌더군요. IP카메라라는 것을 통해 갓난아이의 24시간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기의 천사처럼 고이 잠든 모습, 미처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며 반짝이는 눈으로 이곳저곳을 살피는 모습,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시뻘건 낯빛으로 울음을 토하는 모습, 심지어 딸꾹질을 하는 모습까지도 세밀하게 관찰되더군요.

조부모가 그렇게 IP카메라를 통해 손녀의 모습을 수시로 살피며 귀여움에 탐닉하는 동안에도 아들 녀석은 줄기차게 제 분신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부부는, 아휴 저 불출 녀석, 하면서도 보내온 사진을 기쁜 마음으로 살피곤 했지요.

이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뭅니다. 내게도 유난히 희로애락으로 점철되었던 한 해였습니다. 5월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6월에 둘째아들이 대기업에 입사를 했고, 11월에 건강하고 귀여운 손녀가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의 사후에 이루어진 이 축복받을 일들을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서 내려주신 복으로 생각하고 싶은 것이 자식의 마음이더군요. 아들 또한 먼 훗날 자기 주변의 경사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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