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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해마다 12월이 되면 한 장 남은 달력과 앙상한 겨울나무를 보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밀려온다. 처리해야 할 일 뿐만 아니라 그간 묵혀두고 쌓아둔 어수선한 생각들도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나빴던 기억은 잊어버리고 좋았던 기억만 추억으로 자동 저장되면 좋으련만, 안 좋은 기억이 더 오래남아 불청객처럼 찾아오곤 한다.

어느 시인은 마음을 호수라고 표현했지만, 요즘 세상은 그 호수가 잔잔하고 고요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가정과 직장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충돌로 소용돌이가 생기고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소나기를 피하기 힘들다.

어느 책에서 보았듯이 계속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댈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돼 뇌나 신체를 자극하고 대사활동을 높여 우리 몸은 전투자세로 돌입한다고 한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보다 심신을 황폐하게 만들어 불면증과 좌절감과 의욕 상실을 불러온다고 한다. 요즘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 과부하에서 벗어나고자 일부러 '멍 때리기'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니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뇌는 부정적 회로를 활성화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부정적이 되고 비관적이 되기 쉽다고 한다. 긍정적인 뇌 회로를 만들려는 노력은 내적 균형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실체가 없는 두려움을 다스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그 상황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며, 원래 있던 부정적 기억을 새로운 기억으로 갈아 끼우는 일종의 '덮어쓰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부정적인 기억을 애써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이나 생각을 관찰자 입장에서 자기감정이나 생각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숙제로 마지못해 썼던 그림일기가 짧게라도 그날그날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생각 청소법이 아니었을까 한다. 요즘엔 밤낮도 없이 무선으로 실시간 소통하고 온갖 정보에 눈과 귀를 빼앗기다보니 저녁에 잠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는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바쁜 세상이지만 짧게라도 생각할 틈을 잃지 않아야겠다. 한 달에 한 번씩, 일주일에 한 번씩, 매일 한 번씩, 길을 가다가 빨간 신호등 앞에서라도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자. 귀찮더라도 청소를 하지 않을 수 없듯이 삶의 중심을 벗어나 흐트러진 생각들을 제 자리에 놓고 필요 이상의 욕심으로 인한 불평과 미움 등 부정적인 감정들은 과감히 솎아버려야 하겠다. 그러다보면 올해 정리되지 않아 엉켜있는 생각의 매듭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좀 더 개운하고 맑은 정신으로 새해를 맞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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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