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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 전하는 종달새의 날갯짓

청주 출신 윤석위 시인 시집 '종달새'
자연 소재 소탈함과 겸손함 돋보여

  • 웹출고시간2017.11.27 17:17:17
  • 최종수정2017.11.27 17:17:17
[충북일보] '너른 참외밭이다가 /머릿결 고운 호밀밭이다가 /아뜩한 봄 하늘이다가(시 종달새1)'

옷깃을 여며도 찬 바람이 한움큼 살을 파고드는 계절 겨울이다.

마음까지 덩달아 얼어붙는 이 때 품에 안으면 온기가 절로 느껴지는 책 한 권이 있다.

청주 출신 윤석위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 '종달새'다.

지난 2000년 시집 비름꽃에서 소탈함과 겸손의 미덕을 보여준 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그만의 시선이 담긴 시 65편을 담아냈다.

주옥같은 시편들 중 특히 표제작인 종달새를 비롯해 도토리, 고라니, 반딧불이 등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이 돋보인다.

그 바탕에는 흔히 시적화자라고 불리는 서정적인 자아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자연의 세계를 내면화하려는 태도가 있다.

시 '까투리'에서는 시인은 '호젓한 산길에서' 만난 까투리를 보고 어떠한 행동을 취하거나 감정을 만드려 하지 않는다.

다만 까투리가 '먹을 것으로 뵈지 않도록' 시인 자신의 '눈을 풀었'을 뿐이다.

'달팽이'란 시에서도 '밤새 알을 깐' 느린 달팽이를 보고 아침 나절 '어미가 수련 잎에 붙어 청소 가르친다'고 말하기에 그친다.

시적 대상을 두고 감정을 발화하기보다는 대상을 자연 세계에 그대로 둔 채 줄곧 바라보기만 하는 셈이다.

윤석위 시인

이를 통해 윤 시인은 자연이나 일상의 풍경이 스스로 시적 분위기와 운치를 자아내는데 도달한다.

그러면서 시 '청주교도소', '판문점의 꿈' 등에서는 냉철한 자기 반성과 결연한 의지를 선보인다.

'너 떳떳하냐고 묻는다 /어제는 수갑이 물었고 /오늘은 /철문도 묻는다(시 청주교도소)'

4행으로 이뤄진 짧은 시지만 시인은 세계에 대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본다.

자연에선 시적 대상을 가만히 응시했다면 인간이 만든 공간에선 대상의 본 모습을 향해 한 발짝 더 뛰어든 셈이다.

윤 시인은 이를 '이다, 는다, 인다, 었다, 하다' 등 종결어미를 활용해 대상과의 알맞은 거리를 조절한다.

소종민 문학평론가는 이를 두고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진다. 향기가 멀리 퍼진다. 어떤 때는 환하고 어떤 때는 움푹하다. 장면이 오래 남고 마음이 다정해진다"고 말했다.

임승빈 시인 또한 발문을 통해 "이렇게 은근하고 맛깔스런 말투, 그 허망하고 쓸쓸한 풍경이 어찌 이리도 재미날 수 있느냐"며 "오늘따라 맑은 그의 눈이 창밖 하늘 속처럼 깊다.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지 나는 짐작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 강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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