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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19 14:43:56
  • 최종수정2017.11.19 14:44:01

지명순

U1 대학교 교수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달력을 보니 내일모레가 소설(小雪)이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나기 시작한다. 김장을 마치면 겨우내 입맛을 돋을 밑반찬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살림 솜씨 야무진 강희화 어머님을 찾아 청원구 현도면으로 향한다. 수확 끝난 쓸쓸한 콩밭과 고추밭은 눈 이불이라도 덮어야 춥지 않을 것 같다.

"이건 깻잎장아찌!~ 이건 마늘고동(쫑)!~ 충청도에선 '마늘고동'이라고 불러요." "부지런도 하셔라~" "채소가 많이 나는 여름철에 담아 두고두고 먹는 게 엄마들의 지혜인데 요즘 애들은 몰라요." 그녀가 담은 장아찌를 맛보며 전통음식에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젊은 세대를 걱정한다.

고들빼기 김치

ⓒ 이효선
"어머님 밑반찬 중에서 겨울에 가장 맛있는 게 있다면서요·" "고들빼기김치!!" "오~어떤 비법이 있 길래· 알려 주세요" "그럼 고들빼기 캐러 가야지~~" 김장배추 심었던 밭 가장자리에 고들빼기가 빼곡하다. 서툰 호미질에도 고들빼기가 술술 나온다. "이파리는 모두 따고 뿌리만 담아요!" "줄기는 왜 버려요·" 김치를 담아 겨울이 지나며 줄기가 검은색으로 변해서 뿌리만 사용한다는 어머니, 이파리는 자르고 뿌리로만 담는 고들빼기김치다.

고들빼기를 씻다가 한 가닥 잘라서 맛을 보니 이건 완전 천년 묵은 산삼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쓰다. 이 쓴맛은 하루나 이틀 물에 담가 4~5번 정도 갈아 주면서 적당히 쓴맛이 남게 된다. 물에 오래 담그면 특유의 쌉싸름함 맛까지 모두 빠져 밋밋해지니 쓴맛을 빼는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찹쌀을 죽처럼 푹 끓여 믹서기에 갈고 여기에 고춧가루, 마늘, 멸치액젓, 간장, 조청, 소금을 섞고 쓴맛을 적당히 뺀 고들빼기를 넣고 버무린다. 마무리는 통깨를 듬뿍 뿌려 완성한다.

고들빼기

ⓒ 이효선
서리 맞고 큰 고들빼기는 뿌리에 영양이 풍부하다. 쌉쌀한 맛과 독특한 향이 좋다. 한방에서 고들빼기는 청열(열을 내리는 작용), 해독, 배농(고름 제거), 소종(상처가 부은 것을 가라앉히는 것)진통, 건위(위를 튼튼하게 하여 소화기능을 높이는 것), 식욕부진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무말랭이 무침

ⓒ 이효선
다음은 무말랭이 무침 만들기다. 잘 말린 무말랭이를 물에 담가 반쯤 보들보들해지면 씻어 물을 빼고 고춧잎도 물에 씻어 건져 놓는다. 자연스럽게 물기를 먹어 불어나게 두고 흰콩을 물에 씻어 삶기 시작한다. 두어 시간은 삶았을까· 콩국물이 졸아들어 조청처럼 끈적끈적하고 노랗다. 콩 국물에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생강즙 섞어 양념장을 먹음직스럽게 만든다. 여기에 적당히 불린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넣어 조물조물 간이 스미게 무치고 마지막에 통깨를 듬뿍 섞으면 완성이다. 단지에 담아 시원한 광에 두면 냉장고가 복잡하지 않아 좋다고 한다. "콩물이 걸죽하고 달달해서 설탕을 안 써도 맛이 좋지!"

무는 매운맛이 있으면서도 단맛이 있어 기를 완만하게 흩어주면서도 빠르게 내린다. 기관지에도 좋아 기침 가래에 무즙을 먹으면 효과적이다.

겨울철 충청도 농가의 소박한 밥상이 완성됐다. 햅쌀로 지은 밥에 고들빼기 얹어서 한 입, 쌀밥과 쌉싸래한 맛의 조화를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입맛이 살아난다.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무말랭이는 소리까지 맛있다. 냉이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더없이 향기롭다. 강희화 어머니의 손톱 끝에는 아직도 봉숭아물이 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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