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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의 '결' - HANDS+품다

2017청주공예비엔날레를 관람하고

  • 웹출고시간2017.11.16 16:44:33
  • 최종수정2017.11.16 16:44:33

2017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장인 옛 연초제조창.

[충북일보] 순간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벽면 대형스크린에선 나무를 다듬는 공예가의 손이 보이고, 천정에선 현란한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 이어 주제가 바뀌었는가. 바닥은 물컹거리는 진흙 같은 영상이 펼쳐진다. 마치 낯선 행성을 밟는 듯한 느낌이랄까. 시공간을 이동한 듯 신비스러운 공간이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한 일이다.

섹션 4 '결국, 공예는 사람을 품는다'.

참으로 낯설다. 기존 공예비엔날레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HANDS+품다'의 주제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작가 10명의 작품세계와 작품과정 그리고 예술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란다. 미디어 콘텐츠로 구현한 웅장함에 관객은 발걸음을 느려지고, 아예 멈추고 영상을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공예와 타 장르가 접속하여 이룬 결과물이다. 과연 관객을 종합예술로 품은 것인가.

기존 공예비엔날레는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전시라고 말할 수 있다. 수상작 및 작품 위주의 전시였던 것이다. 공예비엔날레가 해를 거듭하며 인문학을 접목한 공동 작업을 한 해도 있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공예비엔날레이다. 기존 1인 총감독 대신에 지역예술계 건축과 공연, 문학과 미디어, 미술과 영화 부분 예술인 11명의 공동감독이 기획했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공예가 타 장르 예술과 융합하여 확장을 보여주며 미래 공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전한다.

공예는 조형미술의 하나이다. 기예를 가진 이들이 모여 종합예술로 작품 전시를 보여준다. 창작품은 누추한 창고에서도 샛별처럼 빛이 흐른다. 시각과 청각으로 압도하고 이어 온 감각을 사로잡는다. 관람객의 탄성은 음향에 묻히고, 쏟아지는 빛줄기에 휩싸인다. 더 이상 진일보 못한 채 숨죽이고 서 있다. 하지만, 빛으로 유영하는 물고기는 눈에 보이는데 바다 속 보물처럼 빛 속에 잠겨버린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아쉽다.

데이비드 오글 작가의 '떠오름'.

방금 전에 스쳐 온 정월달 숲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진다. 어두운 공간에 나목과 나목 틈새에 훤히 비추는 보름달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는데, 고개를 돌리니 벽면의 형상에 순간 숨이 멎는다. 앙상한 나무의 줄기와 가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마치 겨울의 한 중앙에 와 있는 듯 착시를 일으킨 작품이다.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커다란 흰 전등은 보름달로 표현하고, 전등에서 뿜어져 나온 빛으로 설치된 굵은 나목의 줄기와 가지들이 벽면에 그림자로 짙게 연출된 것이다. 내국인도 아닌 외국인 데이비드 오글은 어쩌면 한국의 미학인 정월 달 정취를 환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데이비드 오글이 다룬 소재를 떠올려 본다. 모두 물성이 다른 소재들이다. 전등과 전선, 자연에서 얻은 죽은 나무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성이다. 이것들이 만나 빛과 그림자 그리고 형상의 미학을 보여준 것이다. '오글의 작품은 물성을 부정하는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조각의 형식과 환경적 구현의 경계선상에 정착했다고 한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오래된 건물의 실내 공간 벽면을 넘어 관객을 실내 밖 바깥 풍경을 선사하며 그리움을 불러낸다.

임소담, 김은규 작가의 'Shape of memories x Fractal cosmology'.

공예비엔날레의 낯설게 하기인가. 기존의 전시회 모습을 탈피한 파격의 변화를 시도한 작품들이다. 그런데 나는 왜 전시된 공예품들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고 현란한 빛줄기만 떠오르는가. 미디어를 접목한 공예품들이 과한 포장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털어버릴 수가 없다. 한 작품 한 작품 장인의 작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빛의 성찬만 남았다고 말할까. 아마도 난 아날로그에 젖은 글쟁이에 불과해서 그런가 보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겨울 숲에 걸친 보름달과 백자 달항아리이다. 기존 원형의 항아리가 아닌 벽에 걸어 놓은 평면 도자기 형태이다. 과거와 현대의 우리 삶을 공감각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벽면 도자기 위로 화려한 색감의 꽃도 피어나고 자잘한 바둑판 모양도 그려진다. 공예의 미적 요소와 빛의 아름다움이 결합하여 관람객에게 다양한 시각적 미를 선사한다. 비정형의 달항아리는 장소를 많이 차지하여 그런가. 벽걸이용 평면 달항아리가 눈에 띈다. 벽면에 쉽게 집안을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분청 달 항아리

달항아리를 말하면 단연코 수화 김환기가 떠오른다. 수화는 백자 달항아리를 다방면으로 톺아보고 한국미와 조형미를 높인 화가이다. 그의 달항아리 작품은 많지만, 그중에 1958년 작 '매화와 달항아리'와 '항아리와 매화'가 마음에 든다. 둥근 백자 항아리 허리춤에 매화꽃이 한줄기 실선으로 늘어져 운치를 더한다. 푸른 하늘 배경에 항아리와 매화꽃 한 줄기 도드라지니, 은은한 매향이 감도는 듯하다. 또 하나의 작품은 홍매화 가지 뒤에 배치한 백자 달항아리는 마치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만 같다. 수화는 고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높았고, 특히 백자의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되어 많은 백자 항아리를 수집하여 아틀리에를 장식하였다. 그는 자신의 청춘 시절을 항아리에 바쳤다고 말한다.

수화는 도예가가 아닌 화가이다. 도예가의 작품을 집안 가득 들여놓고, 세상에 그림으로 알리고 아끼고 사랑한 분이다. 전시장에서 비정형의 달항아리를 상설 매장에서 만나게 되어 기쁘다. 보름달처럼 눈이 부신 항아리 앞에서 서성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린다. 백자 달항아리를 품지 못한 아쉬움에 작은 분청 항아리를 품에 안고 돌아와 기꺼워한다. 앞으로 전시장에 빛의 현란함보단 작가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작품이 세상을 훤히 비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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