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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절망 속에서 피어오른 희망

지역 소외계층 보듬는 충북적십자사
만성골수염 정삼문(77)씨 가정에 김장 전달

  • 웹출고시간2017.11.15 22:05:03
  • 최종수정2017.11.15 22:05:03

15일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에서 임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소외계층에 나눠줄 김장김치를 정성스레 담고 있다.

ⓒ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죽기 전에 자식들 얼굴 한 번 보는 게 소원입니다."

청주 우암동 한 빌라에서 사는 정삼문(77)씨의 소원은 간절했다. 올해로 혼자 지낸 지 어느덧 20년째. 자녀들의 얼굴을 못 본 지는 10년이 지났다.

정씨는 지난 1997년 3월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건설업에 종사하던 그는 사고로 인해 오른쪽 다리에 골수염을 앓게 됐다. 수술만 받으면 완쾌될 수 있었지만, 수술비가 없었다. 결국 골수염은 만성으로 번져, 절단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게 됐다.

정씨는 좌절했다. 교통사고는 그를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만들었다. 가족들과도 이별했다. 하지만 정씨는 자식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왜 그들과 헤어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만성 골수염과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 진통제가 전부였다. 점차 심해져만 가는 통증은 정씨의 심신을 괴롭혔다.

정씨는 "통증이 너무 심해 '다리를 절단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다리를 절단하게 되면 그 상실감이 너무 커 못 살 것만 같다"고 말했다.

정씨의 다리에서는 계속되는 출혈과 고름을 막기 위해 신문지와 붕대가 꽁꽁 싸매져 있었다.

김경배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이 만성골수염을 앓고 있는 정상문(77)씨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 김태훈기자
그는 "약값이라도 벌기 위해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는 폐지 줍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낡은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의지한 채 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길가에 버려져 있는 폐지를 주우며 그가 하루에 버는 수입은 5천 원 남짓. 그 날 번 돈은 다음 날 약값으로 모두 사용하기 일쑤다. 기초노령연금으로 나오는 20만 원 남짓도 한 달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생계가 막막해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10년 전 연락이 끊긴 자녀들이 서류상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막막해 몸과 마음이 지칠 때로 지쳐갈 때, 정씨에게 희망의 바람이 찾아왔다. 충북적십자사가 정씨의 사연을 듣고 올해부터 그를 도와주기 시작한 것이다. 충북적십자사는 정씨에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김장 김치를 전달하기도 했다.

정씨처럼 올겨울 충북적십자사의 김치를 받게될 소외이웃은 모두 646가구다. 충북적십자사 임직원과 적십자봉사원 150여명은 15일 지사 앞마당에서 소외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해 배추김치·총각김치 등 6천500㎏의 김장 김치를 담갔다. 이날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는 한건복지재단의 후원으로 2년 만에 마련됐다.

정씨에게 김치를 직접 전달한 김경배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은 "소외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조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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