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3번 공유됐고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7.11.13 13:28:30
  • 최종수정2017.11.13 13:28:30

김창영

세이프타임즈 발행인

지난 3일 제55회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린 천안 중앙소방학교 야외 무대. 단독 소방청 개청 후 첫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외빈초청에 응했다. '대통령의 선물'을 기대하고 '역사의 현장'에서 박수를 치고 싶었다.

리허설이 시작되면서 예보대로 비는 거세졌다. 좋지 않은 징조가 분명했다. 한기를 품은 비였지만 '개청을 축하하는 메시지'라고 에둘러 포장, SNS에 포스팅을 했다. 기념식이 시작할 때 잠시 그친 비는 계속됐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지역마다 다른 소방관들의 처우, 인력과 장비격차를 해소하고 전국 각 지역의 소방안전서비스를 골고루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며 "소방관들의 숙원인 국가직 전환을 시도지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간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청중들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라는 말에 박수를 보냈지만, 예상했던 발언이기에 자괴감이 밀려 왔다.

국민안전을 위해 '지방공무원과 국가공무원으로 이원화된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한마디였다.

기념사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약속한데 이어 대선공약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최소한 대통령 만큼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했다. 전국 어디를 가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똑같은 '소방안전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지자체 '빈익빈 부익부'에 따라 '국민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기념식에 앞서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소방공무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국가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92.1%는 "소방인력과 소방장비 인프라 확충, 처우에 있어 지역별 편차가 존재한다"고 했다.

국민 신뢰도 1위, 소방공무원은 안전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전적폐' 해소를 위해 '내부고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돈을 내려줘도 시도지사를 비롯한 행정 관료들이 전용을 일삼아 온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시도지사 가운데 7명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찬성하고 있다. 반면 충청권 등 8명은 "협의 과정에서 결정하겠다"며 반대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소방에서 만큼은 폐기해야 할 행정용어인 '지방사무'에 더해 '지방분권 약화'라는 논리까지 끌어 들이고 있다. 이들은 "국가에서 예산만 충분히 주면 소방관의 처우를 직접 개선하겠다"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일선 소방관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항변한다. 국민안전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적폐대상이 시도지사인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문 대통령은 기분좋은 소방의 날에 결국 선물 보따리를 풀지 못하고 "시도지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소방관 국가직 전환 작업이 심각한 오류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직으로 전환은 하지만, 소방관의 임용과 예산권은 시도지사에 그대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의용소방대원도 종전대로 시도지사가 임명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고 있다. '시도교육청 방식이 모델'이라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재난과 안전조직을 전문가가 아닌 관료시각에서 보는 '탁상행정'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타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적당히 나눠 먹으려는 황당한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일선 소방관의 지휘관은 시도지사와 소방청장으로 머리가 둘이다. '안전적폐'를 해결하기 위한 숙원이 또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 이상의 그 어떤 가치도 있을 수 없다.

반대하는 시도지사에게 공개질의를 하고 싶다. "시도지사가 소방관, 국민, 대통령보다 위에 있나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사회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소방관이나 의용소방대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요."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