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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06 14:21:06
  • 최종수정2017.11.06 14:21:06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맛의 한 수를 보여주는 나물이 고수( 香菜) 풀이다. 코리앤더(Coriander)로 알려진 고수는 특유의 향 때문에 먹는 이들로부터 호불호가 극명하다. 그 맛의 매력에 한 번 빠진 마니아들이 있는가하면 중국과 인도, 동남아 음식에는 빠질 수 없어 '공포의 샹차이'로 불린다. 동양에서 주로 잎과 줄기를, 서양에는 씨앗을 사용하는데 고수열매는 고대 아랍인들로부터 사용되었다.

그 맛의 두 얼굴을 가진 고수는 수천 년 전부터 식용해온 '인류 최초의 향신료' 또는 조미료의 하나로 꼽힌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로마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지고 중국 전한시대에 장건이 기원전 495년경 호(胡)나라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정조 때 한치윤이 쓴 '해동역사-물산지'에는 '후한서'를 인용하여 '고수'에 대해 기록하였다. 순수우리말인 고수는 고려시대에 황해도로 전래돼 강화도 등지로 전해진 것인데 1527년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와 1610년 허준의 '동의보감'에 기록되었으며, 1611년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황해도 특산품으로까지 소개되었다.

'가장 오래된 향신료'인 고수는 잎사귀와 줄기, 씨앗과 달리 그 뿌리는 말리면 생것과 다른 향이 난다. 또 고수의 냄새를 휘발유냄새, 쉰 걸레냄새 등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심지어 그 누구도 맡아본 적이 없는 빈대냄새로 비유하여 빈대풀이라 하고, 속담으로 '스님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도 안 남는다'고 잘못 와전되기도 했다. 고수의 줄기가 자라게 되면 속이 텅 빈 대궁처럼 모양이 달라지는데, 사찰에서 반찬을 만드는 승려가 고수대궁까지 섞어서인지 '스님들이 고수의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빈 대궁이)도 안 남아 난다'는 것으로 고수를 고기로 왜곡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나물종류를 이야기하므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고수를 달리 '고소'라 하는데 향긋하고 고소한 맛을 뜻하는 말이다.

'본초강목'에서는 '고수풀은 8월에 심고 겨울·봄에 채취한다. 향미하여 가히 먹을 만하고 김치를 담기도 한다'고 기록하였다. 고수는 허브와 향신료인데, 처음 먹는 사람들은 그 향이 강해 놀라기도 하지만 먹을수록 그 맛에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나물이다. 생채로 양념에 비벼먹거나 고수를 말아 초고추장 등에 찍어먹는 고수강회, 고수김치, 고수쌈 등으로 먹는다. 소화기능의 향상과 정신집중에 도움을 주므로 정신수행을 하는 분들이나 수험생을 위한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음식물의 특성상 약방의 감초처럼 향신료로 사용되는 고수는 한방에서 '호유실'로 부르고, 특히 코카콜라의 원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절 주변의 밭에 많이 심는 고수는 재배하기도 쉽고 사계절 푸성귀로 먹을 수 있는 이점과 더불어 미나리와 같이 해독작용이 있으며, 기침을 멎게 하고, 입 냄새를 없애며 홍역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어린아이가 경기를 하면 고수와 오색실을 함께 꼬아 어린아이 머리맡에 놓아주거나 술을 섞어 뿌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려대장경 '보유잡장'에서 질병예방 차원으로 다룬 경전들이 포함되었으며, 불교의학 경전인 '불설불의경'에서도 질병의 종류와 해독기능, 약성에 대해 설하고 있다. 모든 음식은 약이라며 때에 맞춰 음식을 먹으라고 부처님이 경전 '사분율'에서 하신 말씀은 현대인들의 식생활에 대해 경계하신 것이다. 무릇 수행자의 여로에서 독특한 향과 냄새로 호불호가 분명한 향미료, 고수를 먹을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 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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