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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학

충북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어린 아이 몇 명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배고픔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세월이라고 했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것 같으니 5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어느 노인이 망각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망각이란 말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잘 모를 때라 왜 무서운지 너무 궁금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난 그 노인이 왜 망각이 가장 무서웠다고 했는지를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인간은 누구나 망각과 함께 살아간다. 한편으론 새로운 기억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연스럽게 잊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망각이 필요할 때도 있다. 누구에게나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고, 기억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거나 좌절을 부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아픈 상처와 기억을 잊지 않고 극복하려는 투지가 새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툭툭 털어내 잊고 새로 출발하려는 의지도 그럴 수 있으니 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문에 망각은 상실이자 새로움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듯 무서움의 대상도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들을 할까. 모르긴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기 전의 두려움이란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요소의 결핍이나 신체적 위험 정도였을 것이다. 문명의 발달과 사회 변화는 삶의 형태를 진화시켰지만 많은 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수반해 왔다. 그래서 사람마다 처한 처지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상과 문제에 따라 무서움의 대상도 각각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무섭다는 것은 공포이자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보통 위험에 직면했을 때에 느끼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때도 다가온다. 청년들은 취업절벽 앞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은 억압과 편견, 차별에 분노하면서도 두려워한다. 부동산 투기자들은 세무조사를 무서워 할 것이고, 끔찍한 범죄를 보는 사람들은 인간 자체를 가장 무서워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정세에서는 핵전쟁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두려움을 맞는 행태도 각양각색이다. 극복하려는 자도 있고 회피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 태도에 따라 두려움은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망각을 가장 무서워한다고 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 좁은 소견으로는 아마도 망각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말하면 돈과 권력이 사회를 좌우하는 시대에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할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서 망각이 왜 무서운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병폐들을 보고 듣다 보면 비슷한 기억들이 영락없이 떠오른다. 대부분이 우리가 잊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망각에 익숙해진 듯하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너무나 쉽게 빨리 잊는다. 망각은 미래에 다가올 위험까지도 망각할 때 더 무서운 것이 된다. 그 결과는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함에도 말이다. 이 무서운 망각을 희망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국민들이 그들의 과거를 빨리빨리 잊기를 염원한다는 사실 만큼은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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