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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0.09 13:00:24
  • 최종수정2017.10.09 13:00:24

연순동

청주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제주도를 다녀왔다. 친구와 갔을 때, 가족이랑 갔을 때 , 단체 여행일 때 모두 특징이 있고 느낌이 달랐다. 물론 코스도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친구와 갔을 때는 본태 뮤지엄을 갔고 가족과 갔을 때는 미로찾기를 했었다. 이번 단체여행은 주로 걷기를 했다. 끝없이 걸었다. 7번 올래길, 에코랜드 3번째 정거장에서 내려 곶자왈 걷기, 용머리 해안 돌기 등 걷고 또 걸었다. 용머리 해안을 돌며 놀라운 발견을 했다. 30년전 이 곳에 왔을 때 파도에 휩쓸릴 듯 위험하고 무서웠었다. 그런 데 이번에는 넓은 신작로를 걷는 것처럼 편안하고 주변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그랜드캐니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옆에 있는 분에게 나의 이런 변화를 말했더니 그 분도 색다른 느낌이 와서 놀랍다고 했다. 여행은 여유를 갖고 해야 제대로 된 정서가 우러나오는 것이다.

다랑쉬 오름 정상의 소사나무 군락은 그 곳에 머물러 있고 싶을 만큼 절경이었다. 분재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가 군락으로 숲을 이루었으니 가히 놀랄만한 일이다. 천지연폭포에 들어섰을 때 한여름밤 야외음악당에서 관현악 연주회를 했던 기억이 났다. 숲 사이로 떠오른 달과 어우러진 연주회는 다시 얻기 어려운 아름다운 추억이다. 곶자왈 황토길을 걸으며 무한한 기쁨을 누렸다. 산책이 끝날 즈음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일행 모두는 발을 담그고 피곤을 풀었다. 나도 한 쪽 모퉁이에 발을 담그고 서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삶의 무게를 애써 잊으려 했다. 하지만 자꾸 생각이 났다. 결론으로 얻어낸 것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내가 있다'이다. 김형석님의 백년을 살고 보니에 나오는 명언이다. '그 짐은 무거웠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같은 책 49p)이다. 돌아오는 여정은 피곤했다. 밤 9시 5분 비행기였기 때문에 오후가 지루했다. 그만 지쳐 내 마음으로는 핸드폰도 수화물에 집어넣고 싶었다. '짐은 질 수 있을 만큼만 져라' 이 것이 내가 생각한 진리였다. 그런데 생활하다보면 내 힘에 겹게 짐을 진다. 사랑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또 힘에 겨운 일을 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을 낑낑거리며 올라가서 김치를 전해주고 왔다. 추석을 전후한 날에는 모두가 마음이 풍성해지고 들뜨게 마련이다. 추석은 구정보다 더 크고 흐뭇한 명절인 것 같다. 이번 추석은 너무 길어 추단하기가 힘이 들었다.

욕심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달구경만 실컨 했다. 거기서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노인을 만났다. 그 분은 1년에 한 번 꼭 이 곳을 찾아와서 가장 비싼 방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간다고 했다. 그 힘으로 1년을 살다가 또 보약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이 곳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나도 이번에는 달구경으로 보약을 삼았다. 우울해하지 마세요. 일하지 마세요. 하는 소리 뒤편으로 죽음이 보인다. 삶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일도 많다. 하지만 열심히 사랑하며 살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격 수준 만큼의 재산이 있어야 적당하다고 한다. 내 삶은 욕심보다 돈이 부족하여 고민이 많았던 생활이었다고 평가를 해 본다.

추석을 계기로 어린 아이들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고 어른들은 모처럼 자녀들을 만나 함께 있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소망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긴 연휴 어떻게 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각자의 형편에 맞게 지내면서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쉼을 가졌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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