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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시설 학대 아동들 "추석이 슬퍼요"

10일 연휴 기간 내내 시설 생활
아동 학대 가해자 대부분 친부모
부모와의 만남 꺼리고 '나홀로 명절' 선호

  • 웹출고시간2017.09.28 21:00:00
  • 최종수정2017.09.28 21:00:00
[충북일보] "추석 연휴가 너무 기네요."

최대 10일. 누군가에게는 행복하고 짧은 연휴, 다른 누구에겐 그저 오래 쉬는 날일 수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만큼 가족과 함께 연휴 동안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거나 못다 한 시간을 보낼 예정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추석이 싫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돌아갈 가정이 없는 학대 아동들이다. 특히, 친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도내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김가연(여·16·가명)양도 마찬가지다.

김양은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학대 피해아동이다.

친부의 성폭행은 김양이 10살이 되던 해부터 시작됐다. 김양은 친부의 파렴치한 범죄가 세상에 공개될 때까지 4년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이들을 가장 아끼고 돌봐줘야 할 가정이 지옥으로 변한 것이다.

이후 김양은 시설에 입소했다. 친모가 없어 돌봐줄 가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설에 입소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공포에 질린다.

김양은 "부모라는 단어가 저한테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어요. 저한테 가족은 시설에서 같이 생활하는 복지사분들과 아이들뿐이에요. 돌아갈 집도 없고, 이번 추석도 그냥 단기 방학이라고 생각하고 쉬려고요"라고 덤덤히 말했다.

다른 시설에 있는 이상현(18·가명)군도 부모의 학대로 인해 보호시설 생활을 하는 경우다.

이군은 10살이 채 되기도 전부터 친부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해왔다. 폭행이다.

이군의 아버지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가족들을 폭행했다.

온몸에 상처가 있는 이군의 상태를 학교 교사가 발견하고서야 이군은 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 시설에 입소한 이군은 곧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군은 "처음 시설에 들어왔을 때 적응을 못 했었는데 항상 가족처럼 대해주시는 복지사분들 덕에 점점 마음이 열렸어요. 이제는 큰아버지, 큰어머니로 부를 정도로 저에게는 가족이에요. 그래도 명절에 집으로 돌아가 친아버지와 마주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형편 등이 아닌 가정에서의 학대로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에게 가족은 무의미하다.

부모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받았다면 정신적 피해는 더욱 크다. 학대 아동들의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는 상상도 못 할 정도다.

문제는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2만9천669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아동학대는 1만8천573건이었다. 지난 2012년 아동학대 신고건수 1만943건·아동학대 건수 6천403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모에 의한 학대도 같은 기간 5천103건에서 1만4천158건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만 봤을 때 학대 행위자는 친부가 8천257명, 친모가 5천901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대 아동들에게 가족을 상기시키는 명절은 끔찍할 뿐이다.

하종식 충북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장은 "그룹홈은 가정해체,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 위기 가정으로 인해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여건을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이라며 "도내 27개 그룹홈에 지난해 말 기준 미취학 아동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135명이 생활하는데, 부모에 의한 학대로 입소한 경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시설 생활 적응을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가정 복귀가 목적인 아동보호시설은 주기적으로 부모와의 만남 등을 주선하지만,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학대 아동은 심한 경우 만나려고조차 안 한다"며 "이 아이들에게 명절은 큰 의미가 없어 시설에 남아있는 아이들끼리 조촐한 명절 행사를 하거나 여행을 다닌다"고 말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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