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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을 위로하는 에코시낭송클럽

아픈 이웃 마음 어루만지는 '치유의 詩 낭송'
교도소·노인복지관·노인요양원 등 봉사활동 전개
"시 낭송은 활자화 된 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

  • 웹출고시간2017.09.28 16:58:38
  • 최종수정2017.09.28 16:58:38

25일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에코시낭송클럽 회원들이 시 낭송을 연습하고 있다.

ⓒ 조성현기자
[충북일보] 우리 주변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홀몸노인들에게 빈곤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있다. 외로움과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다.

충북에는 지난 2016년 말 기준 도내 6만6천222명(남 1만8천864명·여 4만7천358명)의 홀몸노인이 쓸쓸히 살아가고 있다.

여기 따듯한 시 한 소절로 외로움과 고독함을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의 아픔까지 치유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치유의 시 낭송으로 삶의 주체를 찾고 이제는 아픈 이웃을 위로하는 에코시낭송클럽을 소개한다.

따뜻한 시로, 아픈 이웃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에코시낭송클럽은 시 낭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웃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나누는 봉사단체다.

송영권(56) 에코시낭송클럽 회장은 고용노동부에서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거쳐 노무사 생활을 하다 2010년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됐다.

송 회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정년을 10년 정도 남겨주고 2004년 6월 퇴직했다"며 "퇴직 후 공인 노무사를 개업했는데 젊은 노무사들에게 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부인에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개업 후 4년 동안 휴일 없이 밤낮으로 일만 했다. 그렇게 4년 동안 일을 하니 도내 최고의 노무법인 사무실로 만들었지만, 그때 건강을 크게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도 아무 이상 없다고만 나오는데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가만히 앉아있지도 못했다"며 "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졌다.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19일 청주시 청원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청원노인대학 노인들을 대상으로 에코시낭송클럽이 시 낭송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조성현기자
우연히 시 낭송을 접한 건 2012년 봄이었다.

시를 통해 피폐해졌던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잃었던 건강을 다시 찾았다. 시 낭송을 통해 몸에 활력이 생겼다. 그때부터였다.

송 회장은 시 낭송을 통해 자신처럼 외롭고, 고단한 사람들을 위로해주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교도소, 노인요양원, 노인복지관 등을 다니며 치유의 시를 낭송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좀 더 제대로 된 시 낭송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2015년 8월 에코시낭송클럽은 그렇게 생겨났다.

시 낭송을 좋아하는 4명이서 출발한 에코시낭송클럽은 현재 회원 수만 138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슴 속 상처를 따듯한 시 낭송으로 위로와 치유 받은 사람들이다.

에코시낭송클럽은 평균 70대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권영희(51) 에코시낭송클럽 사무국장은 35세가 되던 2001년 딸이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딸이 회복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입시학원 강사 일을 그만뒀다. 오로지 딸을 보살피기 위해서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10년 동안 딸은 회복될 기미를 안 보였고 오히려 권 씨의 심신이 악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때 시 낭송을 접했다.

19일 청주시 청원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송영권 에코시낭송봉사클럽 회장이 시 낭송을 하면서 입장하고 있다.

ⓒ 조성현기자
권씨는 "그때 내가 시를 안 만났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됐을까 가끔 생각한다"며 "아마 안 좋은 결과로 모두가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 낭송은 단순히 시를 읽는 게 아닌 시 한 소절, 한 소절에 공감하면서 활자화된 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라며 "때로는 감정을 담은 짧은 시 구절 하나가 긴 말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시 낭송은 이제 단순한 봉사가 아닌 일이 돼 버렸다.

그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대청댐 혜인효나눔센터를 방문해 노인들에게 시를 들려주는 강사가 됐다.

권씨는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 시 낭송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픈 이웃을 위로해주고 더 나아가 시 낭송을 하는 게 일이 돼 버렸다" 며 "더 많은 사람에게 시 낭송으로 감동과 위로를 채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에코시낭송클럽은 청원구청에서 청원노인대학 100여 명을 대상으로 시 낭송을 펼쳤다.

그때 시 낭송에 공감한 노인대학 노인들이 눈시울이 붉어지며 남 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는 "시 낭송이 끝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며 "시 낭송을 감명 깊게 보신 어르신 몇 분이 우리가 오길 기다리다 좋은 시를 들려줘서 감사하다고 두 손을 꼭 잡아주시는 데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 낭송의 매력은 그 뿐이 아니다.

시 낭송은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25일 에코시낭송클럽 회원들이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에코시낭송클럽 사무실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다.

ⓒ 조성현기자
임재일 대청댐효나눔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예전부터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임 사무국장은 "시는 '읽는다'고 하지 않고, '낭송한다'고 한다"며 "시를 낭송할 때에는 반복되는 말의 느낌을 생각하여 운율을 살려 읽어야 하고, 시를 읽고 떠오르는 장면을 생각하며 낭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를 보지 않고 외워서 낭송하는 것을 암송이라고 하는데, 시를 암송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시를 즐길 수 있고 시를 쓸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시 암송만큼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좋은 건 없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인이 노인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냐" 며 "노인들이 나도 이 나이에 재능을 뽐낼 수 있다는 자리 하나만으로 더 이상 행복할 게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일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다 시 낭송을 통해 뒤늦게 글을 배운 노인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시를 만든 시를 손수 써보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임 사무국장은 "시 낭송을 통해 글을 배웠는데 이제 몸이 따라주지 않아 글을 읽기만 하고 쓰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몇 분 계시다"며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금만 더 일찍 시 낭송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에코시낭송클럽의 회원인 홍순주(78) 씨는 "에코시낭송클럽 회원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지만 이 같은 봉사하는 삶에 가슴 뿌듯하고 큰 에너지를 얻는다"며 "앞으로도 활동범위를 더욱 넓혀 우울증 환자와 문제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치유의 시 낭송 봉사를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 낭송을 통해 청소년, 노인, 재소자 등의 정신·육체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건강해져 밝은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에코시낭송클럽에서 사회를 보는 김인자(52) 씨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가는 에코시낭송클럽 회원들은 앞으로도 매달 2~3번의 정기적인 시 낭송 봉사활동을 가질 예정"이라며 "우리가 겪었던 아픔을 시로 이겨냈듯이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외로워하는 이웃들을 위로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인생을 살아가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을 의미있게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0세 시대, 약으로 버티며 살아가기 보단 시 낭송을 통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뜨겁게 살아가다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으로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 하고 싶다"고도 했다.

/ 조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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