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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순동

청주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여섯 살 짜리 어린 아이가 엄마 흉내를 낸다. 급하게 머리끈을 찾는데 용케도 끈 꾸러미를 찾아온다. 변화를 주기 위해 그네 밀기를 앞에서 해주었다. 좀 힘들긴 했지만 까르르 웃는 아기의 웃음 소리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 재미있게 그네를 타다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다급하게 줄을 잡고 내려온다. 어린 아이의 행동은 모두가 동화처럼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나는 세상이 되길 빌어본다.

공공기관에 키즈 룸을 설치했다. 엄마가 두 자녀 손을 잡고 출근하여 근무할 수 있었다. 동화책과 장난감 그리고 업무용 책상과 컴퓨터 전화기 등이 모두 설치되어 있었다. 자녀를 돌보며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안정감을 찾았고 엄마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일명 '자녀동반근무제'를 실시한 것이다. 이런 복지는 권장할만한 제도이다.

어릴 때 엄마는 털옷 짜는 일을 하셨다. 나는 그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었다. 내 기억으로 엄마가 자주 나를 보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공간에 있다는 것 때문에 나는 크게 보채지 않았다. 내가 집중력이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장시간 엄마의 보호 아래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위대한 인물 뒤에는 엄마가 있다라는 말은 모든 엄마들을 두렵게 한다. 큰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늘 자녀 생각으로 머리를 채운다. 안아 주어야지. 칭찬을 해줘야지, 대화를 많이 해야지, 묻는 말에 집중하여 대답을 해줘야지,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지 등등 할 일을 메모한다. 하지만 일상에 부딪히다 보면 한 가지도 해주지 못하고 주말이 된다. 30분간 신나게 놀아 주겠다고 작정을 하다가 걸려온 전화에 엄마는 또 나가 버린다. 이런 틈새에서 아이는 칭찬에 목마르고 대화에 굶주리고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성장해 버린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상사의 칭찬에 몸 달아 하면서 늘 시간에 쫓기며 산다. 그 가운데 나는 없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가 등 등의 기본적인 질문도 하지 못한 채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칭찬이 끊어지는 순간이 오면 낙심하여 넘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나약함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요즈음 병원에 가고 오면서 마음과 몸 중 어느 것이 더 정직한가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마음 다스리기에 많은 훈련을 했고 몸은 그저 내 생각을 쫓아오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 마음과 상관 없이 정직하게 나를 말해주는 것은 몸이었다. 별 일도 아닌 곳에 가서 구경을 하거나 논쟁을 한 날은 피곤하여 정신을 못차리는데 봉사를 하거나 효율적인 상담을 한 날은 다리도 아프지 않고 눈도 흐릿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내 정신 상태를 말해주는 몸이 신기하다.

이제 가을이 되어 결실을 놓고 서두르는 이 때 아침을 열며 계속 중얼거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한 나의 삶을 살아내자. 이렇게 단호히 발표하고 나니 몸이 가뿐해졌다. 보폭을 될 수 있는 한 크게 하며 걷는다.

음식 솜씨가 좋은 엄마는 우리를 위해 풍부한 먹거리를 준비해 주셨다. 덕분에 입원 한 번 하지 않고 이제까지 건강하게 살아왔다.부모님이 주신 몸을 재산으로 삼고 잘 다스리며 살아갈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내가 할 일을 잘 선택하며 살자. 습관적 사고와 무의식적인 정서 틀을 벗어나 자신을 알고 더욱 성숙된 삶을 사는 깨어 있는 9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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