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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9.05 13:22:19
  • 최종수정2017.09.05 13:22:19

황미영

충북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예전에 시골에서는 빨랫줄에 빨래를 널었을 때 줄이 늘어져서 옷이 땅에끌리지 말라고, 중간에 나무를 통해 지지대를 세웠는데, 그 지지대 이름이 '바지랑대'였다.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바지랑대를 나는 좋아한다. 우리도 일상생활 중에 힘든 일이 있을 때, 사람관계에서 지칠 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힘든 업무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그래서 늘어진 빨랫줄처럼 몸도 마음도 늘어질 때 바지랑대에 기대고 싶어진다. 그렇게 누군가가 힘들 때 나에게 기댈 수 있도록 바지랑대가 되어주고, 나도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기대서 의지할 수 있는 바지랑대를 찾게 된다. 그래서, 바지랑대는 내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하면서도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관계의 중심에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있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경쟁이나 승패를 의식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열등감이기 때문이다. 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이 사람에게는 이겼어', '저 사람에게는 졌어'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열등 콤플렉스나 우월 콤플렉스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경쟁의 무서움이 그런 것이다. 설사 패자가 되지 않아도 경쟁에서 계속 이긴다고 할지라도 경쟁 속에서 사는 사람은 마음이 편할 새가 없고,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늘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남을 믿을 수도 없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고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그들이 늘 경쟁 속에서 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세계가 적으로 넘쳐나는 위험한 장소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가 없다. 그것은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행복을 '나의 패배'로 여기기 때문에 축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경쟁의 도식에서 해방되면 누군가에게 이길 필요가 없다.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도 해방된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헌할 수 있게 된다. 그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내어줄, 믿어줄, 믿을 수 있는 타인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벗어난 세상이 올 수는 없는 걸까. 그런 세상은 아마도 내가 꿈꾸는 사람냄새 나는 세상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누군가가 힘든 일에 부딪히면 마음을 다해 도와주고, 아픈 일이 생기면 내 일처럼 울어 줄 수 있는 사람! 상대에게 양보하는 것이 나에게 손해가 될지라도 계산하지 않고 양보 할 수 있는 사람! 상대의 말을 듣고 말의 이면을 생각하지 않고 말소리 그대로를 받아드릴 수 있는 사람!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해도 말이 돌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 사람을 생각하면 괜히 안심이 되는 사람!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내가 조금 손해를 본다 해도 상대를 위해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사람!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중상모략하지 않는 사람! 사람을 속이거나 이용하지 않는 사람! 진심을 다해 믿었던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사람! 앞과 뒤가 다르지 않는 사람! 돈이나 명예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사람! 한사람 한사람에게 마음을 다하는 사람!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전부인 사람! 사람만이 전부인 사람!

내가 사는 세상이 그런 관계를 통해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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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