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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깨강정, 간장미역국

엄마의 고소한 맛

  • 웹출고시간2017.09.03 14:43:53
  • 최종수정2017.09.03 14:43:53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어정 7월, 건들 8월이 지나니 다시 동동 9월이다. 모내기 끝나고 농사가 한가해졌다가 다시 바빠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9월에 동동거린다는 말은 꼭 시골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도 9월은 동동거리는 달이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니 느슨했던 생활을 강의시간에 맞추어 바짝 조여매고 시작해야 한다.

동동거리다 보면 친정 부모님 뵙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에 음성 친정집을 찾아갔다. 도시에서는 9월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인지 잘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시골은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하고 감이 야물게 굵어지고 밤송이가 여무는 것이 보인다. 마당가에는 삼각형으로 세워진 참깨 단이 햇볕에 마르고 있다.

"참깨 떨어야 하는데 허리가 구부러져서...이젠 기운도 없어..." 말끝을 흐리는 일흔일곱의 어머니를 향해 "내가 참깨 떨어볼까·" "네가 할 줄 아냐, 아버지랑 떨면 된다."하신다. "엄마 효녀 심청이처럼 인당수에 몸은 던지지 못해도 참깨는 떨 수 있지!"하면서 마당에 비닐멍석을 깔고 머리엔 수건을 쓰고 손엔 장갑을 낀 뒤 막대기를 잡고 깨를 떨기 시작했다. 참깨 단을 막대기로 내리치면 솨~솨~ 쏟아지는 깨알 소리에 신이 났다. "엄마 금방 끝내겠는데 할 만 하네요."하면서 자신감이 넘쳤다.

깨강정

ⓒ 이효선
하지만 깨가 쏟아지는 신기함도 잠시, 점점 막대기 소리도 약해지고 속도도 느려졌다. 당연히 어깨가 무거워지고 고개도 아파왔다. 나와는 달리 어머니는 리듬과 박자에 맞추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계속하신다. 얌체처럼 참기름을 냉큼 받아먹기만 했던 나는 '아프다' '힘들다'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해마다 추석 무렵이면 "송편에 바르고 나물 무쳐서 차례지내라~" 하면서 직접 수확한 햇깨로 짠 참기름과 볶은 깨를 보내 주시곤 하셨다. 사실 깨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을 위해 꼭 챙겨 먹어야 하는데 우리 어머니는 딸내미 챙겨 주시기에 바쁘셨다.

참깨의 별명은 효마자(孝麻子), '효도하는 깨'라는 뜻이다. 이유인 즉은 참깨를 상식(常食)하면 늙어서 풍을 쫓고 희어진 머리가 검어지고 근심걱정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선인들은 '참깨는 삼거지덕(三去之德)이 있다'고 하였다. 삼거지덕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첫째 참깨에 함유되어 있는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콜레스테롤을 줄여 줌으로써 동맥경화로 인한 풍(風)을 예방한다. 둘째 뇌 속의 레시틴(Lecithin) 결핍을 예방하여 건망증·우울증·불안증에 효과적이다. 셋째 칼슘이 풍부해 뼈를 튼튼하게 해 주고, 아연과 셀레늄 성분은 성(性)기능을 높여준다.

먼저 깨강정을 만들기로 했다. 참깨를 쌀 씻는 그릇에서 붓고 물을 조금만 넣어 손으로 박박 문지른다. 그리고 물을 흥건하게 부으면 겉껍질이 위로 둥둥 뜨는데 이것을 따라서 버리고 또 문지르고 씻기를 3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거피를 해야 강정이 하얗고 깨끗하지~" 깨강정은 손질부터가 섬세하다. 깨가 통통해질 때 까가지 볶아서 준비하면 그 다음은 쉽다. 설탕, 물엿, 물을 3큰 술씩 팬에 넣고 쓰슥쓰슥 저어주면 곧 투명한 시럽이 된다. 여기에 볶아진 깨를 정확히 2컵을 넣고 재빠르게 섞어 준다. "볶다가 실이 생기면 얼른 꺼내야 햐~" 한 덩어리가 된 깨 덩어리를 쟁반에 펴서 꾹꾹 눌러 편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강정이 만들어 졌네!" "조금 만들 땐 이렇게 해야 쉽지~" 식기 전에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만 하면 된다. 엄마표 강정은 너무 쉽다.

간장 미역국

ⓒ 이효선
다음은 간장 미역국 만들기이다. 맹물에 집에서 담은 조선간장을 넣고 씻은 미역을 넣어 우르르 끓이면 완성이다. 잠깐 끓여 미역이 새파랗게 색이 살아있을 때 불을 끄는 게 핵심 포인트~! "미역을 오래 끓이면 안 돼~그냥 살짝만 끓여야지" 대신 미역이 부드러운 것만 사용한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밥상, 미역국에 하얀 밥을 말아 김치 한 조각 올려 먹어본다. "엄마 내가 끓이면 왜 이 맛이 안나나 몰라요!" "요즘 참기름은 꼬습지가 않더라 그러니 음식 맛이 안 나지~, 참기름만큼은 직접 농사지은 것을 먹어야 햐~" 산후조리 때처럼 땀을 흘리며 미역국 한 대접을 먹어 치웠다. 몸이 가벼워는 느낌이다. 깨강정과 녹차로 차려진 다과상, 고소하고 달콤한 깨강정과 녹차의 은은한 맛이 나와 어머니처럼 잘 어울린다. "엄마 늘 고마워요. 그리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때는 바야흐로 따뜻한 것이 좋아지는 처서(處暑)에서 백로(白露)로 접어드는 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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