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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8.24 17:43:52
  • 최종수정2017.08.24 17:43:52

김영원

진천도서관 관장

가뭄의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로 요 며칠 비가 자주 내린다. 도서관 창밖으로 요란히 때론 조용히 내리는 비가 요즘의 내 마음을 닮았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했었는데, 이제는 날씨의 꿉꿉함과 빗길운전의 고통을 토로하고 있으니 참으로 내가 간사해 보인다.

오늘도 사무실은 냉방중이다. 습도로 불쾌지수가 높아 여름이 다간 지금도 나에겐 냉방기와 선풍기 바람은 절대적이다. 누가 에어컨을 발명했는지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들은 올 여름에도 미친 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이나 바다로 몰려나간다. 작열하는 태양 앞에 국토순례를 하며 이열치열로 더위를 극복하느라 사서 고생하는 젊은이들과 생계를 위해 굵은 땀방울로 등줄기를 적시는 숭고한 노동자들이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피서지의 절정은 도서관이다. 올 여름에는 특히나 몸도 정신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도서관이 교통체증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자연보다 더 좋다.

그 공공도서관이 진천에는 4곳이 있다. 교육청 산하의 진천도서관(1988년 개관)을 비롯하여, 지자체 산하의 진천군립도서관(2012년 개관), 진천군립광혜원도서관, 올해 개관한 생거진천혁신도시도서관이다. 진천도서관은 군립도서관이 개관하기 전까지 거의 20년이 넘는 동안 진천에 있는 유일한 공공도서관으로써 지역주민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진천군립도서관이 건립될 무렵에는 기존 도서관과의 거리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진천도서관 바로 이웃에 위치하게 되었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지역주민 대다수는 진천도서관이 군립도서관 건물로 이사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5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주민은 물론 우편물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가끔 도서관 건물을 순회하면서 3층 옥상에서 바라본 군립도서관의 위용은 마음이 쓰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물론 지금은 공공도서관을 건립할 때 기존 도서관과의 거리 및 지역주민의 접근성 등을 평가해서 허가를 한다고 하니, 진천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 마지막 사례가 된 셈이다.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는 공공도서관은 많을수록 좋다. 다만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안배를 했더라면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행복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휴관일이 다르고, 각 도서관의 차별화 및 특성화로 지역주민들이 평생학습강좌와 원하는 도서를 선택해서 즐기고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도서관에 근무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냐고 부러워한다.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말이다. 사실 책 표지는 수도 없이 본다. 그러나 근무시간에 책의 내용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에 필요하거나 서평, 또는 추천도서 홍보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모를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식당에서 일한다고 음식을 제대로 갖춰서 먹기 어렵듯이 도서관에서의 독서도 그렇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책을 언제든지 빌려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요즘 도서관을 자주 찾는 이용자의 대부분은 책을 보는 어린이와 어르신, 열람실에서 열공하는 취준생, 평생학습강좌 수강생인 주부들로 나누어진다. 공부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도 보고, 평생학습강좌도 듣는 멀티 이용자들은 드물다. 도서관의 실이 각각 나누어져 있듯이 마음에 벽을 둔 것처럼, 공부하는 이용자들은 공부만 하고 자료실에서 책을 보는 어린이나 어르신은 오로지 책만 보고, 평생학습강좌 수강생들은 강좌만 듣고 도서관을 홀연히 떠난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공부, 독서와 더불어 강좌도 수강하는 멀티 이용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또 하나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좋은 책을 많이 구비해서 많은 이용자들이 봐주기를 기대하지만 공부에 지친 어린이들은 만화책만 보고 가버리고, 어느 누구도 빌려가지 않고 사장되어 버리는 많은 책들을 볼 때와 빵빵한 Wi-Fi(와이파이)때문에 도서관에 몰려와서 게임만 하고 가는 학생들을 접할 때면 안타까운 심정이다.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 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 different'의 세계이며, 도서관이 추구하는 세계는 '함께 with'의 세계이다. 앞으로 도서관이 평생교육의 장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함께 내면의 성장을 도와주고 아픈 영혼을 치유해 주는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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