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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실 수도가랑을 틀 때 조심스레 보자. 세면기 수도가랑은 손잡이를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 온수와 냉수가 나온다. 사계절 세면 물은 거개 온수를 택하기 마련이다. 수도가랑을 온수 쪽으로 돌려서 물을 받다보면 처음엔 냉수가 한참 나오다가 금세 온수와 냉수가 번갈아 나오는 걸 우리는 경험한다. 그러기를 한참만에야 바라던 온수가 나온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냉수와 온수가 서로 나오려고 다툼을 하는 건 아닐지. 항상 느끼는 건 온수와 냉수가 한참을 밀고 밀리다가 사용자가 바라는 수온으로 차츰 조정되니 말이다.

필자가 20세 때 처음 인천 바다에 가봤다. 마침 썰물 때라 갯벌을 걸어 비스듬히 정박돼 있는 거룻배에 올라봤다. 선주가 배를 손질 중이었다. 내게는 모든 게 신기했다. 40대 중반은 됨직한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며 그간 궁금했던 바다를 조금 이해할 수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해변에서 조카와 고종 형수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떠올려 선주와 인사를 나누고 바닷물로 내려갔는데 큰일이 벌어졌다. 물이 어찌나 깊은지 발이 닿지 않는다. 수영도 못 하는 터에 따는 자존심은 있어 구원을 요청할 형편도 아니다. 허겁지겁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개헤엄을 쳐댔다. 다행스럽게 수심 깊은 곳을 벗어나 아무 일 없는 듯 간신히 위험을 모면했다.

바다에서 봉변을 당할 뻔 한 것은 밀물과 썰물이 왈칵 들고 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부지부식 간에 바닷물은 '밀려왔다 빠져나갔다.'를 거듭하는 중에 수심이 내 신장을 넘어선 것이었다.

지난 8월 7일이 입추였다. 이번 여름은 긴 가뭄과 무더위 속에 지루할 정도의 장마까지 겹쳐져 하루 빨리 여름이 지나가기를 고대했던지 입추를 막 지나자마자 온난화라느니, 엘리뇨 현상이란 말을 앞세워 지구의 변화를 식자우환 격으로 중구난방이다. 사실은 24절기 역시 갑작스러운 변화는 거의 없다. 마치 온수와 냉수가 서로 밀고 밀렸던 것처럼 순리적인 편이다.

입추 후 11일이 말복이었다. 그리고 줄곧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댔었다. 아직 우리나라 24절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걸 탓하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한 가지 우리 모두가 이해할 점을 차제에 알아봐야 하겠다.

만약 날씨가 갑작스레 변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당하게 된다. 천재지변을 겪게 된다. 사실상 천재지변은 흔치 않다. 그러고 보면 세상 이치가 지극히 생명체들에게 대단히 좋을 정도로 아주 서서히 변화한다.

늦더위의 구실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입추가 되자마자 서늘한 날씨가 즉각 온다면 오곡백과들이 모두 온전한 결실을 하지 못 하게 되지 않겠나· 가을 날씨는 추수 때 수확량을 크게 좌우된다. 한 낮은 따끈하게 햇볕이 내려 쬐어야 오곡백과가 잘 영근다. 다만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아주 서서히 가을은 깊어가기 마련이다. 조석으로 차츰 서늘한 기운이 지속된다는 것은 각종 열매들이나 채소들도 모두 속을 꽉 채우는 결실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으리라. 우리는 그 결실을 고대하기도 한다.

세상만사는 조화롭게 변화한다. 그러기에 우리의 먹거리가 되는 곡식과 과일은 물론 채소들도 서서히 변화하는 날씨를 따라 알찬 결실을 맺는다.

자연은 순리를 따라 차분하게 변화를 이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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