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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찬

아이들의 하늘 주비위 간사

8월 6일.

벌써 몇 일째 계속되는 일기예보의 오늘 기온은 30도가 기본이다. 저녁이 되어도 그렇게 소위 <열대야>로 이어지는 예보는, 듣기 전에 이미 안다, 몸이. 쭉쭉 쭈르르 흐르는 땀에 젖은 몸이, 벌써 알고도 남았는데.

또 탄금대다. 또는 여전히 탄금대다.

오늘 오전 날씨는 잘 모른다. 그러나, 더웠다. 그리고 잠깐 본 점심 이후의 탄금대 날씨는 더 더웠다. 아니, 무지막지하게 더웠다. 숲이기에 모이는 습(濕)이 보통을 넘어선 심각 수준이었을 것이다. 여름이 되면 모든 습이 모아지는, 탄금대 나무들이 뿜어대는 그 습이 목막히지만, 그래도 숲이라 아스팔트 뜨거운 도심보다는 시원타.

8월 10일.

이틀 연속 비가 내린다. 내일도 비 예보가 있다. 그나마 예상했던 목화밭 물주기를 면한 것이 다행이다. 다만, 문을 열면 들어오는 습에 책이 축축 젖어 무거워진다.

내 PC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사진의 탄금대는 100년이 넘은 순간이다. 신작로가 새로 난 시기가 1913년이고, 1915년 경에 찍은 흑백사진이다. 사진의 선명함은 거꾸로 당시 모습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신작로가 탄금대로 쭉 뻗어 있다. 잠시 충주에 살았던 한운사(韓雲史)가 일곱 살 적에, 주인집 딸내미 볼에 뽀뽀를 하고 부끄럼에 내달렸고, 까삭대던 까치 소리에 놀라 다시 내달렸다던 그 신작로! 신작로 끝 탄금대 아래에 늘어선 버드나무 외에 숲이 없다. 사진의 탄금대에는 오직 나무 한 그루 삐죽 솟은 민둥산이다.

탄금대에 나무를 가꾸기 시작한 게 해방 후라고 한다. 제헌의원이면서 몇 년 전 주한미국대사였던 성김의 큰아버지 되는 김기철이라는 사람이 무슨 청년단인가 시절에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70년 세월 동안 탄금대는 숲이 되었다.

비가 온다.

숲에 오는 비는 세 번 내린다.

숲에서는 웬만한 비가 아닌 이상 땅거죽이 젖지 않는다. 마른 땅이 젖을 만큼 비가 내렸을 때쯤, 그제사 나무들은 겨우 목축였다는 듯 이파리를 팔랑거린다. 그러다가 천둥 번개에 비바람 몰아치면, 나무는 흔들흔들 때로는 기우뚱하면서도 온몸으로 비를 받아낸다. 밤샘 비가 내리고 아침 숲에 가보면, 촉촉한 느낌이 든다. 아니 풀먼지 폴폴 나던 팍신함 대신 부드럽게 빠져드는 푹신함이 푸근하다.

그리고, 볕난 숲에는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한다. 밤새 몸으로 받아낸 빗물들을 30미터 40미터 꼭대기부터 한 두 방울씩 털어내며 아래로 떨군다. 땀일까· 짜진 않다. 물이다. 빗물이다. 그렇게 첫 비가 오고, 다시 아침이면 두 번 비가 내린다.

그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보면 상큼하다. 상쾌하다. 싱그럽다. 더우면 더울수록 목이 콱콱 습에 막히는 듯하지만, 등짝에서는 땀이 흐르지만, 그래도 개운하다. 그러다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세 번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물바가지 뒤집어쓰듯 홈빡 떨어진 세 번 비에 멈칫 한다.

뭐야· 하며 고개 들어 나무를 올려보면, 흔들림이 있다. 젖은 나무 사이를 달음박질하는 청설모가 뛰거나, 푸드덕 소리에 날아가는 비둘기, 또는 덩치 큰 새가 남긴 여적이 보이기도 한다.

첫 비가 내리고, 온몸으로 받아낸 나무들이 머금고, 다시 볕에 떨구는 두 번 비가 내리고, 남은 물통을 건드린 청설모며 새가 남긴 여적에 숲비를 맞는 곳이 바로 숲이다. 그 숲은 다시 그 물을 머금고 품어 나무가 먹고, 목마를 어느 시기를 뿌리로 버티며 다시 빨아올려 30미터 40미터 꼭대기까지 올려붙인다. 한 그루로 힘들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이 여러 그루 나무들이 모이고 모여 서로 의지가지 숲이 되어 만들어내는 순리다.

그것을 거스르면 난리가 난다. 물난리가 난다. 사태가 난다. 그러면 사람은 탓을 하고 원망한다. 예전처럼 땔감 때문에 숲을 해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살겠다고 밀어댄 숲은 사라지고 집들이 아파트들이 도시숲을 만들었다. 물 샐 틈 없이 계획했다지만, 물은 샌다. 그리고 그 계획은 결국 물 스밀 틈 없는 삭막한 계획이었다. 도시 재생ㆍ계획이, 물 스미고 흐르는 틈을 만드는 것이면 좋겠다. 그게 사람에게도 필요한 숲비의 세 번 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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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