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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내 어린 시절 여름방학은 하루 종일 냇가에서 노는 거였다. 돌로 집 짓고 모래로 마당을 만들고 풀로 반찬도 만들었다. 그러다 더워지면 물속으로 들어가 첨벙첨벙 미역을 감고, 해질 무렵이 되면 '올갱이(다슬기)'를 잡아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아침상엔 올갱이국이 올라오고 아버지께서는 '올갱이국 먹으니 눈이 다 훤해진다'고 좋아하셨다.

아련한 여름날의 추억이 담긴 올갱이국을 맛보러 영동군 매곡면 강진리로 향한다. 동네 입구에서부터 호두나무 숲이 울창하다. 호두나무 푸른 잎사귀 사이로 하늘만 빼꼼히 보인다. 골짜기마다 흐르는 맑은 물줄기가 내를 이루고, 그 시냇가에서 올갱이를 잡아 여름이면 올갱이국을 끓여 먹었다고 한다. 이장님께서 이 마을에서 '올갱이국을 가장 맛나게 끓인다'는 정복순 할머니를 추천해 주셨다. 할머니는 여든의 연세에도 허리 하나 굽지 않으셨다. 몸이 재빨라 손수 살림 다 하시고 농사까지 짓고 계셨다.

올갱이

ⓒ 이효선
할머니를 따라 올갱이를 잡으러 나선다. 동네 앞 계곡물, 발을 담그는 순간 온 몸이 오싹하다. "너무 시원해요~" 금세 이마에 흐르던 땀이 쏙 들어간다. "이곳에 올갱이가 많아요?" "자세히 봐 바~" 투명한 물속을 숨죽이고 자세히 보니 돌에 올갱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여기가 울 동네 사람들 피서지여~, 올갱이도 잡고 가끔은 고기도 구워 먹쟈~" 올갱이 잡는 재미에 정신 팔려 있자니 발이 슬슬 시려온다.

탱자나무 가시

ⓒ 이효선
잡은 올갱이를 작은 돌로 박박 문질러 닦는다. 물때를 벗겨내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 채반에 건져서 물기를 뺀다. 가마솥에 된장을 풀고 끓어오르면 머리를 내민 올갱이를 투하~ 한소끔 더 끓여 건져낸다. "올갱이를 잘 삶아야 까기가 쉬워~오래 삶으면 안 되야~" 다음은 삶은 올갱이 까기, "올갱이는 탱자나무 가시로 빼야 잘 빠져~바늘보다 낫지!" 정말 신통방통하게 꼬불꼬불 말린 푸른 속살까지 쏘옥 쏘옥 잘 빠진다. "뜨거울 때 까야 끝까지 다 잘 나오니께 부지런히 햐~ 까다가 심심하면 이렇게 하나씩 빼 먹어가면서 까는 겨~" 오들오들 쌉사래한 맛이 일품이다.

할머니의 채소밭에는 없는 게 없다. 아욱을 뜯어 억센 줄기는 다듬어 버리고 부드러운 줄기는 껍질을 살짝 벗긴 뒤 풀물이 배어나오도록 주물러 헹구어 준비했다. 올갱이 삶은 된장국물에 준비한 아욱, 부추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 국물이 조금 졸아서 간이 맞추어지면 완성이다. 아욱이 들어간 된장국을 한 대접 뜨고 그 위에 깐 올갱이를 수북하게 올렸다.

올갱이국

ⓒ 이효선
소박하지만 더없이 정겨운 정복순 할머니의 밥상이 차려졌다. 올갱이국에 갓 지은 흰 쌀밥을 꾹꾹 말아 한 입, "고깃국 보다 더 맛있어요!" "산골에선 이것도 고깃국이지!" "우리 남편 이 올갱이국 엄청 좋아 했지, 여름이면 밤마다 올갱이 잡아 매일 끓였지 그래도 물리지 않고 잘 드셨는데... 이제는 가끔 찾아오는 아들 해장국으로 끓여~" 구수한 국물이 아까워 한 방울도 남김없이 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산약본초(神藥本草)에 '간과 쓸개를 구성하는 청(靑)색소가 부족할 때 간·쓸개질환이 발생하는데, 그 청색소가 올갱이에 담겨 있다'라고 쓰여 있다. 간이 좋아지면 눈도 좋아진다. 한편 다슬기는 빈혈증 치료에 도움을 주며,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증가와 성인병에 효과를 준다.

올갱이국을 끓이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지만 집집마다 고유의 장맛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계절에 따라 들어가는 채소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충북인의 영혼을 위한 보양식, 올갱이국 한 사발로 더위를 거뜬히 이기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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