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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7.23 14:17:44
  • 최종수정2017.07.23 14:59:33

쌈밥으로 즐기는 오리와 삼겹살 수육은 다진 양파와 마늘을 듬뿍 올려 향과 맛을 더한다.

[충북일보] 부모산은 청주 비하동과 지동동에 걸쳐 있는 높이 232m의 산이다.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으로부터 지역민들을 지킨 부모와 같은 산이라 '부모산'으로 불린다. 이 산의 초입에는 '산수정'이 있다. 부모산을 청주의 부모 삼아 이곳에 정착한 부부의 터전이다.

박공열, 안정옥씨 부부가 여기까지 온 건 수십 년 전 철없던 아내의 결정 때문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제철공장에서 근무하던 건실한 청년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특허도 여러 개 보유하고 있을 만큼 열심이었던 그가 직장생활에 지쳤다고 말했을 때 아내는 인내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만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뒤도 안돌아보고 그만하라고 편들어준 아내였다.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꾸지뽕 나무와 각종 한방 재료로 우려낸 국물이 인상적인 한방오리백숙. 고기와 부추를 건져 먹은 뒤 영양죽을 끓여 먹는다.

그렇게 시작된 식당 생활이다. 단체손님을 주로 받았던 천안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청주로 왔을 때 나쁜 인연을 여럿 만났다. 연이어 좌절을 겪었다. 그리고 눈에 띈 것이 지금의 '산수정' 자리다.

비하동 주거단지에서 굴다리를 하나 넘어서면 새로운 세상이었다. 처음에는 찾지도 못하고 헤맸지만 일단 자리를 보고나니 '꼭 내 자리다' 싶었다. 아내 말은 뭐든 잘 들어주는 남편은 정옥씨의 의견에 두말 않고 따라줬다.

산자락에서 요양하는 마음으로 오리 수육을 연구했다. 다른 육류와 달리 그냥 삶아서는 수육을 만들 수 없었다. 수백 번의 실패를 거친 뒤 비로소 건강한 오리수육 쌈밥을 상에 올릴 수 있었다. 건강하게 익혀낸 수육은 양파와 마늘 등을 얹고 손님을 만난다.

부부의 은둔은 길지 않았다. 3개월여 만에 입소문이 났다. 부모산을 오르내리던 주민들은 가벼운 먹거리를 즐기고 돌아간 뒤 식사를 위해 다시 찾아왔다.

박공열, 안정옥씨 부부.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오리수육과 삼겹살수육의 은근한 조화였다. 다양한 쌈채와 함께 즐기는 독특한 조합은 도심과 단절된 굴다리를 선뜻 넘어오도록 만들었다.

꾸지뽕 나무와 잎을 달여 넣은 한방오리백숙도 독특한 감칠맛으로 대중적 입맛을 사로잡았다.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부모산을 오른다. 청주에 온 그들을 처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준 곳이다. 정옥씨는 "그때로 돌아가면 절대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두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내 말은 뭐든 들어주는 남편이 옆에 있어 힘든 일은 없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24시간 붙어있어도 늘 메뉴 얘기로 지칠 틈이 없다는 부부다. 굴다리를 선뜻 넘어오는 손님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부부의 끊임없는 대화 덕분이 아닐까.
◇블로거들의 한줄평

블로거 장동민-한방 약재 맛이 물씬 나는 한방구찌뽕 오리백숙. 복날은 지났지만 복달임을 제대로 했다.

블로거 서미연-수육쌈밥에 들어가는 고기가 특색 있다. 다진 양파가 더해져 식감과 향이 좋다.

블로거 오은주-오리 육수의 한약재 향이 진하지만 맛은 산뜻하다.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겠다.

블로거 신승호-꾸지뽕이 보이진 않지만 백숙 국물이 맑은 느낌이다. 몇 번 거푸 마셔도 너무 좋다.

블로거 최은경-복날에 산수정 오리백숙을 먹으면 기운이 날 듯하다. 다양한 쌈채도 신선해 쌈싸먹는 재미가 있다.

블로거 안기원-수육 위에 얹은 양파와 마늘이 독특하다. 양파보다 마늘 비율을 늘리면 더 좋을 것 같다. 한방 재료와 오리가 어우러진 국물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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