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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제가 근무하는 병원이 상급대학병원이다보니 대부분의 환자는 암환자이거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긴급한 조치를 위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중증질환자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소화기 질환의 암을 진단하고 내시경치료를 하거나, 담도/췌장병 환자을 치료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외래 진료나 응급실을 통하여 뵙는 분들 중에 ‘얄미운 분들’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20대에는 소주를 10병씩 마셔도 안취했어, 요즘은 소주가 약하쟎아? 전에는 25% 짜리 진로소주, 백학소주를 마셔도 말짱해서 집에 들어가서 애도 만들고, 새벽에 일어나서 등산갔다가 출근했던 사람이야! 근데 요즘에는 소주를 2병만 마셔도 취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 이거 원인이 뭐야?’라고 하시는 50대 중년남성. 40대 중반인 저도 요즘에는 소주 한병 마시면 다음 날 오전에 힘들건만... 이런 분들은 타고난 여포이거나 장비 체질인지 부럽기만 합니다. 담배를 끊으시라고 해도, 좋아하는 술과 담배는 계속 하시겠다며, 저에게 무슨 말씀을 듣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간기능 검사를 했는데 정상보다 조금 높다네? 내가 산삼도 정기적으로 먹고, 이달에는 6년근 홍삼, 지난달에는 동충하초, 그전 달에는 호주에서 누가 가져다준 뭐뭐뭐.... 이렇게 먹는데 간기능 검사가 비정상이라는게 말이 되나? 아, 근데 내가 술을 조금 마시기는 해. 뭐, 사업상, 인간관계상, 많이는 아니고 일주일에 5~6일 정도, 한번에 소주 3병 정도. 옛날에는7 마셔도 간기능검사 다 정상이라고 했거든? 간에 좋은 약을 줘 봐.’ 휴... 제가 드릴 수 있는 대답은 술을 끊으시거나 줄이시거나, 그렇게 술이 좋으시면 간기능검사의 이상은 따라오는 불이익이니 감수하셔야죠라고 설명을 하지만, 따라오는 불이익도 싫고, 술과 환락을 줄이기는 싫으시니, 진시황의 불노초를 이미 드시다 못해서, 대학병원에서 더 좋은 불로초를 달라고 하십니다. 그런 불노초가 있으면 제가 숨겨놓고 혼자 먹고 싶습니다.

셋째, ‘내가 소화가 옛날부터 좀 안되. 그래서 소화제 좀 쎈거로 주고, 어제부터 콧물도 나오니 콧물약이랑, 기침도 할 것 같으니 미리 기침약도 줘 봐. 동네의원에서 몇 년째 약을 타먹는데, 잘 안 낫아. 음, 온 길에 두통약도 한상자 줘 봐.’라고 미국의 큰 약국에 가셔서 쇼핑하듯이 약을 왕창 가져가시려고 하시는 분. 건강보험과 실비보험으로 약을 공짜로 받으시려는 알뜰정신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약은 필요할 때, 의사의 적절한 진단과 처방으로 드셔야합니다.

조금 글이 건방져져서 아파서 동네의원의 소견서까지 들고 오신 환자분들을 폄하하는 것 같아 못내 죄송합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공공재’입니다. 세상의 모든 재화는 한정되어있습니다. 천연자원인 물도 한정되었고, 태양열도 지역의 기후에 따라 그러합니다. 의료자원 또한 그러합니다. 누군가 암이나 중증진료를 전담하기 위하여 설립된 의료기관과 의사를 숙취와 불로초와 소화제를 처방받는 창구로 활용하는 순간, 다른 중증환자의 진료는 미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의사를 늘려라? 길이 막힌다고 모든 곳에 길을 확장하면 사람이 살아갈 땅이 없어집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한 환자를 위한 고속도로와 버스전용차선을 만들었으면, 간선과 지선, 일반차선을 잘 활용해야합니다. 대형병원도 경증환자를 통한 수익을 과감히 포기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정부에서도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어려운 진료파트에 대한 충분한 의료자원의 배분을 선행해야만 합니다.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비슷한 주장은 나왔지만, 해법은 엉뚱한게 문제입니다. 얼마 못 살 적은 수의 중증환자보다는, 인원도 많고 오래 사는 경증환자의 표가 더 많기 때문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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