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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이은 폭우에 농민들 '망연자실'

양수기 도움받아 모내기 했지만
기록적 폭우에 농민들 '속수무책'
남은 모라도 살리려 아등바등동

  • 웹출고시간2017.07.18 20:22:53
  • 최종수정2017.07.18 20:23:06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신태흠씨가 18일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농경지를 바라보고 있다.

[충북일보] "자식보다 더 귀하게 키웠는데…."

올해 초 극심했던 가뭄으로 농민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농민들은 양수기와 살수차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모내기를 마쳤다. 힘겹게 논에 자리 잡은 모는 황금빛 옷을 입기 위한 여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모들이 채 자리를 잡기 전 청주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농민들은 가뭄에 이어 또다시 홍수라는 재난을 마주하게 됐다.

18일 오전 11시 청주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당구 낭성면.

마을 진입로부터 폭우에 유실된 토사들이 눈에 띄었다. 인근 야산도 수마가 할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흘러내린 토사는 농민들이 자식보다 애지중지 키운 논까지 침범했다.

토사들 사이에는 미처 자라지 못한 파릇한 모들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이곳 농민 정모(여·77)씨의 논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에 속수무책이었다. 정씨의 논은 토사와 빗물이 가득 차 쑥대밭이 됐다.

정씨는 "모를 다시 심을 시기도 한참 지났어. 올해 논농사는 완전 망친 거지"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피해를 입은 논들은 모두 양수기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모내기를 끝마친 상태였다.

마을 교량을 건너야 있는 신태흥(68)씨의 논도 마찬가지였다.

신씨는 심하게 파손된 교량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장비가 없어 교량 복구는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교량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다리를 건넜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논은 처참했다. 둑은 다 무너지고, 모는 토사에 묻혔다.

신씨는 "장비를 써서 둑을 세우고 싶어도 살아있는 모가 있어서 안 된다. 둑을 세우면 다 짓밟아야 하는데 남은 거라도 살려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농민들은 그토록 기다리던 비에 또다시 좌절감을 느꼈다.

비로 인한 피해는 논만이 아니었다.

이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한 농민도 시름에 빠졌다.

비닐하우스는 멀쩡했지만, 물이 차오르면서 양봉장이 모두 쓰러진 것이다.

폭우에 집을 잃은 벌들은 비닐하우스 근처만 애처롭게 맴돌았다.

이번 비로 낭성면에서만 농경지 30㏊가 물에 잠겼다. 마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침수피해를 입은 이일희(62)씨는 "모들이 한창 커야 할 때 물난리가 났어. 묻힌 모는 쓸 수도 없고…. 그나마 토사를 피한 모는 살릴 수 있는데, 병충해 위험이 있어 일일이 다 약을 써야 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복구 인력이 너무 적어 언제 복구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 정종현기자 jhpostp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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