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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지역 가보니…괴산 청천면 신도리

마을은 쑥대밭 마음은 갈가리… "대민지원·구호물자 절실"
괴산 청천면 곳곳 침수… 복구 구슬땀 흘리는 주민들 "인력 지원·전기 공급 시급"
공무원 '태만'에는 볼멘소리…"사무실에 앉아만 있어 양수기 작동법도 몰라"

  • 웹출고시간2017.07.17 20:54:04
  • 최종수정2017.07.17 20:54:04

괴산 청천면 신도리 마을입구에 쌓여 있는 가재도구들. 쓰지 못하는 가재도구들이 하나 둘 쌓여가고 있다.

ⓒ 엄재천기자
[충북일보=괴산] 충북지역은 기습 폭우에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청주를 비롯해 괴산, 보은, 증평지역에서 발생한 피해주민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기자는 17일 오전에 괴산군 청천면을 찾았다. 면사무소에서 신태혁 면장을 만났다. 신 면장은 청천면에서 가장 피해을 많이 본 지역을 신도리 라고 했다. 이 지역은 30가구 70여명이 살고 있는데 동네 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침수됐다고 했다.

기자가 침수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마을 입구에 접어들면서 물에 젖은 세간살이들이 쓰레기처럼 쌓아져 있다.

수해를 입은 가족들이 집안에 밀려든 물로 더럽혀진 가재도구를 씻어내고 있다.

ⓒ 엄재천기자
마을 입구쪽 집은 거실과 안방 등이 바닥에서 50㎝ 이상 물이 들어찼다가 빠져 있다. 식구들끼리 달라붙어 진흙으로 물든 집안 청소에 열중이다. 그나마 물이 공급되어 씻어내면서 방안 곳곳은 물에 젖은 것 말고는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세간살이는 장농을 빼고는 밖으로 빼냈다. 물에 젖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불이며 옷가지는 쓸 것과 못쓸 것으로 구분해 분리됐다.

이렇게 지역주민들은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30가구 70여명의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수해복구를 하면서 주린 배를 라면으로 때우고 있다.

ⓒ 엄재천기자

괴산 청천면 신도리 마을을 덮친 폭우는 마을의 농작물을 초토화 시켰다.

ⓒ 엄재천기자
집 정리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기자 작은 다리 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컵라면과 밥 한술. 여기저기 털썩 주저앉아 주린 배를 채우고 있었다.

주민들이 기자를 보자 반가워 했다.

"사람이 필요해요. 왜 아직 한 명도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한 주민이 입을 열자, 많은 사람들이 두서없이 필요한 것을 쏟아냈다.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이 말에 "대민지원도 필요하고 장비도 필요하고 전기도 필요합니다"하고 동시에 외쳤다.

괴산 청천면 신도리 마을의 한 가정집의 모습. 집안까지 들이닥친 물이 바닥에 50cm를 넘어 가재도구들을 못쓰게 만들었다.

ⓒ 엄재천기자
청천면 신도리로 귀농했다는 한 주민은 "공무원들의 아니한 태도에 화가 난다"며 "수해가 나 면에 양수기를 빌려쓸려고 갔더니 담당공무원이 양수기 작동법도 모르고 있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어제 아침부터 큰 비로 많은 지역에 수해가 발생했는데 면에 갔더니 많은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 답답한 심정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괴산 청천면 강평리 달천을 옆 농작물과 비닐하우스가 침수돼 엉망이 되어 있다.

ⓒ 엄재천기자
신 면장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신 면장은 "양수기 작동법을 모른 공무원은 청천면에 발령난 지 채 일주일도 안 됐다"며 "많은 공무원들이 각 지역의 수해보고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뛰었다. 사무실에 있던 공무원들은 종합을 하기 위해 애를 썼던 이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없는 인력을 대신해 가족들끼리 수해복구에 힘쓰는 주민들을 위해 더 빠르고 씬속하게 대민지원과 구호물자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괴산 청천면 강평리 달천 옆 부지에 인삼밭이 이번 폭우로 침수됐다. 농장주가 인력을 직접 동원해 인삼 수거작을 벌이고 있다.

ⓒ 엄재천기자
기자는 강평리로 이동해 침수지역을 살폈다. 11시30분 달천을 끼고 돌자 인삼밭이 나타났다.

길 옆에는 관광버스 1대가 서있었다. 40~50여명의 사람들이 인삼밭에서 인삼수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농장주는 6년근 인삼밭이 침수돼 급하게 인력을 끌어모아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삼은 물에 침수될 경우 일주일 안에 수거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한탄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력을 사서 인삼수거작업에 나선 것이다.
ⓒ 엄재천기자
청천면도 이번 수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환경전시장으로 마련해 놓았던 달천 옆에 전시물과 캠핑장, 시설지역이 폭우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오는 8월 전시행사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허망한 꼴을 당했다.

괴산 / 엄재천기자 jc0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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