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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7.03 16:33:27
  • 최종수정2017.07.03 16:33:27

송주헌

소설가, 전 충북문인협회장

오호라! 벽서형님.

마침내 두터운 구름을 헤치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이승의 무거운 짐, 아픔과 슬픔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못 오실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더니 그 빗줄을 타고 천당으로 가셨습니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시며 그렇게 가셨습니다.

88세 적지 않은 세월인데 왜 보내는 마음이 이다지 쓰리고 아플까요.

지난해 섣달 그믐날 댁을 방문하였을 때 웃으며 맞아주시던 그 따스했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지난달 초이튿날 원광요양원으로 옮기셨다는 소식을 듣고 청오회 회원들과 문병을 갔을 적에 비몽사몽 웃으시며 맞아주셨는데 이렇게 가셨습니다.

어제(2일)오후 박영수 형에게 비보를 듣고 하늘이 노랬습니다. 우리 고장은 큰 선비를 잃었고, 우리는 의지했던 기둥을 잃었습니다.

벽서형님!

우리가 알은 지가 어느덧 6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일곱 사람이 '충북문인협회'를 창립했지요. 처음 우리가 올린 횃불은 초라했지만 그 기세는 광풍이었습니다. 젊은 혈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잠들었던 이 땅을 깨웠습니다. '충북예술제'시화전을 할 때마다 형님댁을 내주셔서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다듬고 며칠씩 폐를 끼쳐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던 할아버님과 자당님을 지금도 아름다움으로 기억합니다.

문학이라는 길에서 만나 오랜 세월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기쁨을 함께 하고 슬픔도 함께 하며 가슴을 열고 지냈습니다.

충청북도 사회과장으로 계시다 공화당으로 차출되어 가실 때도 그랬고, 당에서 나와 진로를 선택할 때도 저와 상의를 하셨지요. 국영기업체로 갈까 도청으로 되돌아갈까 대학으로 갈까 고민하실 때 대학으로 가시라고 권해드렸었지요.

삼촌과 홀로 되신 누님의 가정사 고민이 있을 때도 속을 털어놓으셨습니다.

형님은 늘 외로우셨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과 제반사를 상의하셨는지도 모릅니다.

1978년 5월 '충북문인협회'를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50년대 청주에서 문학 활동을 하던 문인들의 모임인 '청오문학회'를 창립하자 하셨을 적에도 우리는 한마음으로 모였지요.

한 달에 한 번 만나 문학을 논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정을 나누었지요. 2006년 형님이 주동이 되어 '돌체시대'라는 동인지 1집을 내고 2014년 제2집을 때도 힘을 쓰셨지요. 금년에 제3집을 내볼까 했는데 홀연히 떠나셨으니 이제 누구와 상의할까요?

벽서 형님!

오래 전에 '더듬거리는 세월'이라는 시를 쓰셨지요.

더듬거리는 세월을 가슴에 적셔봅니다. 더듬거리면서도 세월을 접어 간직해보렵니다.

그 마음은 어디에 두고 에둘러 이렇게 떠나셨습니까. 그 좋은 세월을 접어두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사인가 봅니다.

형님!

그러나 잘 사셨습니다. 저와 주중동 돌 간에서 골랐던 돌에 새긴 시비가 초라해서 후배 교수가 새로 새겨 세울 때 형님께서 참석을 못하셔서 안타까워하며 걱정을 했습니다.

오늘 빈소에 모인 친지, 동료, 후배들 모두 아쉽고 슬퍼하며 존경하니 이만하면 잘 사신 겁니다.

법학박사나 교수보다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낳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했습니다. 살고 죽고, 가고 오는 것이 일생일진데 앞서고 뒤지는 것뿐이지요.

이제 '충북문인협회' 창립회원은 모두 떠나고 저 혼자 남았습니다. 저도 머지않아 가겠지요.

부디 모든 시름 다 놓으시고 편안히 가십시오. 더 맑고 더 자유로운 천당으로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옵소서!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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