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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감자의 변신은 무죄

하지감자로 만드는 특별한 음식-감자 오색경단, 생감자 떡

  • 웹출고시간2017.07.02 14:20:44
  • 최종수정2017.07.02 14:20:44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해마다 감자축제를 열 정도로 감자 농사가 잘되는 곳, 괴산군 감물면으로 햇감자를 수확하러 길을 나선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도착한 곳은 사방이 감자밭이다. 얼마 전까지 무성했던 감자 줄기는 땅에 드러눕고 잎은 노랗게 변했다.

황귀숙 어머니가 뙤약볕에서 한창 감자 수확 중이다. "날이 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 "감자는 물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금방 썩어 버리니께~, 장마 지기 전, 하지(夏至) 무렵에 얼른 캐야 해유~!" "아~그렇군요. '하지감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따로 있었네요!"

감자

ⓒ 이효선
호미로 땅속을 파자 씨알 굵게 잘 여문 감자가 나온다. "우와~ 주렁주렁 많이 나오니까 재밌어요!" "가물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알알이 실하게 농사가 잘 돼서 다행이어유~" 감물 감자가 특별히 맛이 좋은 이유는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고 사질양토라는 자연환경 탓도 있다. 하지만 군 연구소에서 3년에 걸쳐 생산한 보급감자로 우수한 씨앗 감자로 재배했기 때문이란다. 맛좋고 저장성이 높아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자랑이 길게 늘어진다.

금방 밭에서 캔 감자는 껍질이 훌렁훌렁 잘 벗겨졌다. 김이 모락모락, 감자 익는 냄새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할 무렵, 어머니께서 젓가락으로 꾹 찔러 "감자 맛 좀 바봐유~"하면서 주신다. 후후~ 불어서 크게 한 입, "파근파근 포실 포실하게 분이 나는 게 어쩜 이렇게 맛날 수가 있어요·" 하니 "시집와서 여름에 감자나면 매일 긁어서 한 솥씩 찌면 식구들이 빙 둘러 앉아 감자로 요기를 대신 했죠! 그래도 잔병치레 하나 없이 다들 건강했는데....."

유럽에서는 감자를 '땅속의 사과'라고 부른다. 감자에 들어있는 비타민C 때문이다. 비타민C는 고혈압이나 암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와 권태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조리하면 대부분 파괴되어 버리는 여느 비타민C와 달리 감자의 비타민C는 익혀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식물성 섬유인 펙틴이 들어있어 변비에도 특효약이다.

감자 오색경단

ⓒ 이효선
"감자는 뜨거울 때 쪄야 잘 쪄져요."하면 뜨거운 감자를 절구에 넣고 소금과 약간의 설탕 그리고 계피가루 조금을 넣어 꿍꿍~, 금방 부서졌다. 으깬 감자를 손으로 떼어 둥글 동글하게 경단처럼 빚어 꿀이 겉에 살짝 발랐다. 각각 대추, 검은깨, 흑임자, 땅콩가루 그리고 직접 농사지은 브로콜리를 말려 만든 녹색가루까지 입혀 접시에 담으니 알록달록 빛깔 고운 오색경단이 화려하다.

생감자를 강판에 갈아야 하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생감자 떡을 맨글라면 생감자를 곱게 채 썰어야 해유~"거짓말 보테 종잇장처럼 얄팍하게 썰어 곱게 채 썰었다. 채 썬 감자에 소금과 설탕 넣고 조물조물, 5분 정도 지나 물이 흥건하게 나오자 힘을 주어 꼭 짠다. "물이 꽤나 많이 나오네요·" "최대한 물기 없이 꼭 짜는 게 생감자 떡의 비법이 지쥬~" 감자 양만큼의 쌀가루를 1:1 비율로 섞어 버물버물 무쳐 김이 오른 찜통에 감자채를 한입 크기로 떼어 놓고 울타리 콩을 고명으로 올린 뒤 뚜껑을 덮었다. 번거롭게만 느껴지던 떡이 오늘따라 정말 간단했다. 15분을 기다려 뚜껑을 여니 "어머~, 꽃 같아요. 하얀 눈꽃이요~"하면서 탄성을 절로 나온다. 울타리 콩이 신의 한 수, 하얀 감자위에 분홍색 꽃술 피었다.

생감자떡

ⓒ 이효선
드디어 맛을 볼 시간, 알록달록 감자 오색경단과 눈 꽃 같은 생감자 떡이 상에 놓여졌다. 녹색경단을 입에 넣으니 브로콜리 향이 확 퍼진다. "싱그러운 맛인데 브로콜리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렇게 해주면 좋아 하겠어요~" 달달하고 대추향이 솔솔 나는 대추 경단은 어르신들이 좋아할 듯... 찹쌀과는 또 다른 경단 맛이다. 다음은 생감자 떡, 젓가락으로 떡을 들어 올려도 감자채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고 하나로 뭉쳐져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감자의 맛이 그대로 담백해서 아침식사로도 좋겠어요!"

감자의 변신은 무죄, 평범했던 감자가 황귀숙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으로 특별한 요리로 탄생했다. 더위가 지속되는 여름날, 포슬포슬하게 단맛 나는 햇감자 요리로 일상에 활력을 주어보자. 때는 바야흐로 하지(夏至)를 지나고 있다.

감자꽃

ⓒ 이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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